[파이낸셜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집권 여당이 추진 중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법안에 대해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수사청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검찰 대응방안으로 "검찰 내부 의견이 올라오면 검사장 회의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적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한 것이다.
윤 총장은 3일 일선 검사 등과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등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윤 총장은 수사청 법안을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로 규정했다. 윤 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된다)"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경제, 사회 제반 분야에 있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며 수사청 법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총장의 이날 대구 고검 방문은 사실상의 정치행사 분위기를 띠었다. 윤 총장 도착 예정시간인 오후 2시 전부터 지지자 100여명이 대구고검 주변으로 몰렸다. 10여개의 응원 화환이 줄을 이었고 '윤석열 총장님 파이팅, 사랑해요' 등 문구가 적힌 피켓과 태극기도 등장했다. 환영인파 속에 일부는 "공무원이 정치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대구고검 현관에 도착하기 전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 간단한 인사도 나눴다.
윤 총장은 최근 수사청 반대를 위해 직을 걸겠다고 한 것이 총장직 사퇴를 뜻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그런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또 "정치권에서 역할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고 답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의 언론 인터뷰를 두고 자중하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과 관련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윤 총장의 이번 대구 방문 일정은 전국 검찰청 순회 방문 재개 차원에서 이뤄졌다. 윤 총장은 지난해 2월부터 부산·광주·대전 검찰청을 연이어 방문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징계청구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난해 10월 대전고검·지검 방문을 끝으로 중단됐다.
윤 총장은 간담회에서 "수사지휘나 수사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만 하는 것은 검찰의 폐지와 다름 없고 검찰을 국가법무공단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검찰의 수사권이 폐지되면 재판 과정에서 대응이 어려워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지능화, 조직화된 부패를 처벌할 수 없게 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후퇴한다"고 우려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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