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도시 파주<하> 경력단절여성-시니어 일자리
【파이낸셜뉴스 파주=강근주 기자】 "이제 다시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정년퇴임하고 교습소를 운영했지만 결국 문을 닫았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방과 후 교습강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저처럼 퇴직한 강사를 찾는다고 하니 더없이 반가웠어요. 아이들이 좋아서 시작하게 된 이 일을 더 할 수 있는데다, 코로나19로 일하기 힘든 시기에 돈도 받고 정말 좋았어요."
작년에 신모씨(65세, 여)는 파주시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사업’을 통해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파주시 문발동 큰빛지역아동센터에는 신씨처럼 60대의 퇴직한 전문강사 5명이 저소득층 아이들의 방과 후 학습을 지도했다. 이들은 6개월간 이 센터를 포함해 관내 지역아동센터 10곳에 파견돼 유치원생부터 초-중-고등학생의 공부도 함께 도왔다.
파주시는 3년 전 시행한 ‘지역아동센터 전문강사 지원사업’을 계기로 이들처럼 퇴직자나 경력단절 신중년의 경험과 지식이 파주 곳곳에 많은 도움이 되고, 그들 또한 일자리 제공과 보람을 느낀다고 판단했다.
큰빛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르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사실 자원봉사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신중년 선생님들이 온 뒤에는 아이들과 신뢰관계를 쌓아 인성교육도 되고, 무엇보다 교육경력이 많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그래서 2020년부터 퇴직 또는 경력단절 신중년의 일자리를 확대했다. 신중년 간호조무사와 물리치료사, 요양보호사가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환자 상담과 치매선별검사 홍보업무를 맡는 등 21명이 5개 사업에 참여했고, 시비와 국비 총 4억1200만원이 이들의 임금 등에 쓰였다.
올해는 2개 사업을 추가했다. 신중년 사회복지사-상담사가 발달장애인 교육과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정서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중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문산보건지소에서 주민건강지킴이 사업에 참여해 건강예방관리나 경로당사업 운영을 돕는 주민건강지킴이로 활동하는 등 24명이 5억9000만원 규모의 7개 사업에 참여한다.
파주시는 전문 자격증이 없거나 저소득층 등 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해 한시적으로 공공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파주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중위소득 65% 이하, 재산 2억원 이하 주민이면 누구나 일할 수 있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진 시민이 많을 것이라 판단해 공공일자리를 대폭 늘렸다. 당초 예산은 165명에게 지원될 7억9744만원인데 ‘코로나19 공공근로’에 13억8023만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해 총 23억1177만원으로 예산을 확대했고, 977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두 배 많은 330명의 공공일자리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총 17억79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미 파주시청에서 발열체크 및 행정지원사업에 136명이 참여하고, 소상공인 긴급생활안전지원금 지원에 64명, 코로나19 관련 중형마트 방역지원에 29명 등 229명이 근무하는 등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공공근로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 여성 희망일자리…‘파주형’ 재탄생
올해는 파주시에서 새로운 일자리사업도 시행한다. 한 번쯤 들어봤을 듯한 ‘희망일자리사업’이지만, 이번엔 ‘파주형’이다. 이 사업은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행정안전부가 추진한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사업’이 종료되면서, 파주시가 자체적으로 우수사업을 선별해 예산을 투입했다. 희망일자리사업을 시비로 새롭게 시행하는 자치단체는 파주시가 최초다.
작년 파주시에서 시행된 희망일자리사업은 △공공업무지원 △코로나19 방역 △재해예방 △환경정비 △자치단체 특성화 사업 등 340개 사업으로 총 3133명이 근무했다. 당초 채용 목표인원이 2300명이던데 비해 1000여명 넘는 시민이 일했고, 133억원의 사업비 중 123억8000여만원이 인건비로 지출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6%가 60대 이상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볼 때, 사회활동이 활발한 40~50대 참여율도 30.8%로 적지 않았다. 취업준비 연령인 20대와 30대의 비율도 13.4%를 차지했다. 또한 참여자 절반 이상인 59%는 여성이다.
사업이 진행된 6개월간 근로자 1명이 근무한 일수는 평균 23일로, 대략 108만8000원 정도 임금을 받았다.
이처럼 작년 희망일자리사업은 지역 시니어와 여성에게 단기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에 파주시는 시행된 사업 중에서 마을공간플래너, 노후환경정비, 행복마을관리소 운영 등 성과가 높고 시정 발전에 기여한 우수사례를 기준으로 신규 사업을 선정했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되는 파주형 희망일자리 사업은 총 8개다. ‘특성화 분야’로는 △희망+온돌사업 △우리 마을이 예술이다 △공동체(민간) 기록물 아카이브활동 △로컬 청년 생활실험실 △탄현면 마을살리기 공동체 활동 지원 △파평 행복마을 관리소 등 6개가 운영된다. ‘환경개선 분야’에는 △환경개선 문산 노을길 꽃밭관리 △치유와 휴식이 있는 느루정원 조성 등 2개가 있다.
희망+온돌사업은 노인 실태조사는 물론 모니터링을 위한 인력 확보를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통합돌봄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2인 1조로 팀을 꾸려 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에 배정한다. 6명이 3월부터 9개월간 근무할 계획이다.
◇ 노인일자리 전담기관 신설…일자리 발굴 계속
파주시는 작년에 파주시니어클럽을 설립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인일자리를 창출-제공했다. 올해는 학교안전지킴이, 유치원도우미 등 공익활동형 5개 사업과 시니어카페, 영양지킴이, 시니어클린사업단 등 시장형 3개 사업에서 640명이 일을 하게 된다.
노인장애인과, 파주시노인복지관, 문산종합사회복지관, 파주시은빛사랑채, 대한노인회 파주시지회 등 6개 수행기관 24개 사업단도 노인일자리 사업을 진행한다. 이 사업을 통해 2613명의 노인이 유치원, 공원, 마을버스, 식당, 보육시설 등 파주지역 곳곳에서 일자리를 찾아 사회활동에 나선다.
파주시는 또한 출판도시라는 특성상 출퇴근이 어려운 근로환경을 개선해 고용창출 효과를 높이고자 ‘출퇴근버스 운영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절반은 국비로 운영됐지만, 2019년부터는 파주시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는 등 올해에만 총 4억8400만원이 투입된다.
지역 일자리사업에도 총 4억원이 투입된다. 사업은 △지역특화 스마트농업 조성 △술이홀 공동체 돌봄 △다문화 외국어체험 교육 △율곡습지공원 조성 및 관리 △찾아가는 부모마음 알아주기 △술이홀 마을투어 △지역방역일자리 등 7개 사업에 60여명의 주민이 근무하게 된다.
파주시일자리센터는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일자리수요에 맞춰 권역별 일자리발굴단을 운영해 채용행사 등에 구직자와 업체를 상시 연계하는 등 적극적인 일자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는 청년과 신중년, 경력단절여성을 비롯해 파주지역 기업인이 다함께 참여하는 ‘일자리정책 발굴 웹 토론회’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작년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결국 계획했던 일자리토론회와 일자리박람회 등이 취소됐다.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일자리를 잃거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은 힘든 한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시민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일자리 발굴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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