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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펭귄들은 경쟁 대신 공존을 택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6 10:44

수정 2021.03.16 10:44

극지연구소, 번식지와 종이 다른 펭귄들의 취식 행동 비교 분석
남극 킹조지섬, 나레스브키 포인트에서 촬영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남극 킹조지섬, 나레스브키 포인트에서 촬영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번식지와 종이 다른 펭귄들이 하나의 사냥터를 두고도 경쟁 대신 공존하면서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서식지에 사는 다른 종의 펭귄들은 서로 다른 먹이를 먹으면서 공존하고 있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펭귄들이 경쟁을 피해 서로 영역을 나눠 사냥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종은 같지만 번식지가 다른 펭귄들은 사냥하는 지역이 거의 겹치지 않았고, 종이 다른 경우에는 사냥하는 지역이 상당히 겹쳤지만 먹이에 차이가 있었다.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와 인천대학교 김길원 교수 연구팀은 2017년 12월, 2018년 1월,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 두 곳의 펭귄 서식지에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각 32마리에 관측 장비를 부착하고 취식행동을 관찰했다.


연구지역은 남극특별호보구역인 나레브스키 포인트(NP), 그리고 아들리섬(AI)으로 각각 수천 쌍의 턱끈펭귄과 젠투펭귄이 살고 있다.

두 서식지는 맥스웰 만을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데, NP의 펭귄들은 먹이를 잡기 위해 AI 펭귄들보다 최대 2배 이상 먼 거리를 이동했다. 연구진은 사냥 지역이 겹치는 정도는 평균 26.4%로 경쟁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서식지에 사는 턱끈펭귄과 젠투펭귄끼리는 사냥지역이 평균 54.0%로 상당히 겹쳤지만, 선호하는 먹이와 사냥 심도 등이 달라서 경쟁은 덜 치열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혈액 검사에서도 잡아먹은 먹이 성분에 차이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펭귄 추적연구는 장비를 펭귄에게 부착하고 회수하는 과정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를 위해 허가받은 소수의 인원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량의 자료 확보가 어렵다.

GPS, 수심기록계 등은 이전 펭귄 연구에 많이 사용됐지만, 서로 다른 서식지에 사는 두 종의 남극 펭귄의 취식 행동을 동시에 비교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GPS와 수심기록계 (등쪽 회색 장치)를 부착한 젠투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GPS와 수심기록계 (등쪽 회색 장치)를 부착한 젠투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는 "펭귄이 남극 환경에 적응하면서 공존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남극 펭귄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데 앞으로도 연구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수의과학 분야의 상위 학술지 '동물(Animals)' 2021년 2월호에 게재됐으며, 최근 3달 간 해당 학술지에서 출판된 논문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 연구성과 중 하나로 꼽혔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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