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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차량 막았다고 파이프 바닥에 끈 행위도 특수협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4 06:00

수정 2021.03.24 05:59

대법 “차량 막았다고 파이프 바닥에 끈 행위도 특수협박”


[파이낸셜뉴스] 자신의 차량을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재질의 파이프를 바닥에 끌었다면 특수협박(여러 사람이 또는 위험한 물건으로 협박)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특수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19년 4월 오후 11시께 경남 거창의 한 할인마트 앞에서 A씨가 운전하는 차량이 자신의 차량을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길이 90㎝의 알루미늄 파이프를 손에 들고 다가가 욕설과 함께 파이프를 바닥에 끌고 위해를 가할 것 같은 태도를 취한 혐의(특수협박)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수협박죄는 일반 협박죄에 비해 형량이 2배 가량 높다.

이미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던 박씨는 2019년 4월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혈중알콜농도 0.176%의 만취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도 받았다.
쟁점은 협박으로 지목된 행위의 지속 시간이 짧고, 피해자가 느낀 공포감이 미약하더라도 협박죄가 성립되는지 여부였다.

1심은 “음주운전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불과 6개월 만에 또다시 음주운전을 했으며 위험한 물건인 알루미늄 파이프로 상대방 운전자 일행을 협박,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특수협박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의 파이프 때문에 무섭지는 않았고 당황스럽고 놀라운 정도였다”는 피해자 A씨의 법정 진술과 욕설을 듣지 못했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박씨의 혐의 중 특수협박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보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박씨의 행위는 단순한 감정적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 협박행위 내지 협박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차량 안에 있어서 피고인의 욕설을 듣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다가오는 행위를 피해자들이 인지하는 것 만으로도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이를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또는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나와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피해자들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피해자들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협박죄가 성립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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