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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中·EU, 투자협정도 '불투명'...美반사이익[차이나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4 11:43

수정 2021.03.24 11:43

中·EU 상호 호혜적 관계 흔들
코로나19 회복 열쇠 ‘투자협정’ 불투명
中·EU 틀어지면 美반사이익
EU기와 중국의 오성홍기. /사진=뉴스1
EU기와 중국의 오성홍기. /사진=뉴스1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해 말부터 본격 추진하던 상호 호혜적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 7년 동안 끌어왔던 중국·EU 투자협정(CAI)을 체결하기로 지난해 말 합의하면서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신장위구르 이슬람 소수민족의 인권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을 잡는 형국이다.

미국은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중국·EU 투자협정이 각국에서 비준을 얻지 못해 불발에 그치면 미국 중심의 반중국 공동 전선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중국과 EU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中·EU 상호 호혜적 관계 흔들
2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벨기에, 리투아니아, 스웨덴 등 EU 국가들은 23일(현지시간) 자국 주재 중국 대사들을 잇따라 초치했다.

EU가 신장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신장과 연관된 간부 4명과 단체 1곳에게 자산동결, 비자제한, 기업 거래 차단 등 제재를 가한 뒤 중국이 유럽의회, 네덜란드·벨기에·리투아니아 의회 의원, EU 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 등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을 동일한 수준에서 보복하자, 항의하기 위해 불렀다.

독일은 “중국의 제재는 EU와 중국 간 관계에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는 부적절한 조치”라고 지적했고 스웨덴은 “인권은 변함없는 지지 입장을 중국 대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표면적으론 대만 방문을 추진 중인 자국 의원과 연구원에 대해 ‘폭력배’, ‘미쳐 날뛰는 하이에나’ 등의 원색적 표현으로 맹비난한 주프랑스 중국 대사에 대한 항의지만 중국의 보복 제재도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갈등의 핵심은 중국이 신장지역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있는 것으로 EU가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홍콩, 티베트와 함께 신장위구르를 중국 정부의 주요 인권 침해 사례로 보고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반면 중국은 근거 없음 흑색선전이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EU가 인권 문제로 중국에 제재를 부과한 사례는 1989년 톈안먼(천안문) 사태 때의 무기수출 금지 조치 이후 32여년 만에 처음이다. EU는 지난해 5월부터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 추진할 당시 때도 제재는 해법이 아니라며 미국과 달리, 제재를 발동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 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등이 지난해 12월 말 화상회의를 열고 중국-EU 투자협정을 논의하고 있다 .신화통신 캡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 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등이 지난해 12월 말 화상회의를 열고 중국-EU 투자협정을 논의하고 있다 .신화통신 캡쳐


■코로나19 회복 열쇠 ‘투자협정’ 불투명
중국과 EU에 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결실을 기대했던 ‘중국·EU 투자협정’도 미래가 불투명하게 됐다.

투자협정은 2014년 1월 시작된 이후 30여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만 확인하다 7년이 흐른 작년 말에야 체결하기로 중지를 모았다. EU는 27개 회원국 전체가 참여한다.

투자협정은 상대방 시장에 역내 기업의 진출 확대와 보호가 목적이다. 기술이전 강제 금지, 독립적 투자법원(ICS) 방식 분쟁해결, 지식재산권 보호 철폐 및 중국의 지식재산권 국제기준 준수 의무화, 핀테크·전자상거래·은행 등 금융 분야 중국 시장 개방, 농산물·디지털 등 분야 접근 강화, 와인·치즈·쌀·생강·백차 제품에 지리적보호제(GI) 적용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과 EU의 교역 규모는 5860억 유로(약 780조원)로 미국(5550억 유로)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유럽과도 무역 분쟁을 벌이자, 중국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최대 무역국 지위를 차지했다.

중국·EU의 투자협정이 체결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얼어붙은 양측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당시 주요 외신들은 전망했다.

AFP통신은 “중국과 EU가 7년간의 협상 끝에 최근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비준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유럽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접근권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스1


■中·EU 틀어지면 美반사이익
하지만 양측의 갈등 고조로 협정 발효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협정은 EU 모든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은 뒤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선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애초부터 중국 시장 진출보다는 자국 기업 보호에 관심이 높았다.

미국 CNBC방송은 “중국의 맞제재에 유럽의회 의원 다수가 EU·중국 투자 합의를 비준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투자협정에 대한 유럽의회 표결은 연말이나 내년 초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 중심의 반중국 동맹 전선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비판에 적극적인 만큼 공통의 목적이 규합의 명분이 될 수 있다.

미국은 EU, 영국과 캐나다 등과 “우리는 계속해서 함께 중국의 인권 위반을 집중 조명할 것이다. 우리는 하나로 뭉쳐서 신장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정의를 요구한다”는 공동 성명도 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지난 15~18일 한국·일본 방문 자리에서도 신장 문제를 거론했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 북한 등과 연대를 강화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라오스 새 대통령에겐 축하를, 탄자니아 대통령에겐 전임 대통령 사망에 대한 애도의 메시지를 각각 보내는 등 연일 타국 정상과 유대를 이어오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동 순방에 나선다.
그는 전날 파키스탄 외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우호관계를 재확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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