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신화' 뒤로하고
2011년 졸업 이후 또 다시 법정관리 '아픔'
2011년 졸업 이후 또 다시 법정관리 '아픔'
[파이낸셜뉴스]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와의 매각 협상이 무산되면서 쌍용차가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돌입한다. 법원은 쌍용차의 존속, 청산 가치를 따져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게 산정되면 청산 절차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현재 6~7곳 업체가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채권단에선 실제 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금력을 갖춘 유력 후보군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출발한 쌍용차는 1986년 쌍용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1993년 전설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무쏘를 출시했다. 쌍용차는 무쏘의 성공을 통해 ‘SUV 명가’ 브랜드로의 입지를 구축했다. 이후 1996년엔 2세대 코란도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1997년엔 최고급 대형 승용차 체어맨까지 내놓으며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쌍용차는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됐고 1998년 대우그룹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설상가상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결국 쌍용차는 채권단에 넘겨졌다. 이후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다. 하지만 상하이차는 2009년 전격 철수를 선언하면서 쌍용차는 다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 약속한 투자계획을 이행하지 않다가 쌍용차의 경영이 악화되자 기술만 빼내갔다는 이른바 '먹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쌍용차는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600여명의 대규모 정리 해고를 겪었다. 여기서 촉발된 이른바 '쌍용차 사태'는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길고 긴 갈등 끝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2011년 인도 마힌드라에 인수된 쌍용차는 한동안 탄탄대로를 달렸다. 2015년 출시한 소형 SUV 티볼리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2016년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쌍용차의 발목을 잡았다. 적자가 계속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마힌드라는 결국 쌍용차에 신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마힌드라는 경영권을 내려 놓기로 하고 매각 대상을 모색해왔다. 또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쌍용차의 매각 작업은 계속 지연됐고, 1650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작년 12월21일 쌍용차는 결국 법원에 법정관리와 자율 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동시에 신청했다. 쌍용차는 이를 통해 법원으로부터 시간을 버는 한편, HAAH오토모티브와 투자계약을 통해 P플랜(사전 회생계획)에 돌입해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결국 이마저도 무산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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