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이 21일 법원에서 각하된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법원이 국제인권의 흐름에 역행하면서까지 일본국에 면죄부를 준 이번 판결을 우리는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21일 민변 관계자는 "법원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회복과 실효적 권리보장을 위한 국제인권조약에 대해 세심하고 진지한 고찰 없이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했다"며 "책임을 입법부와 행정부에 떠넘기고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민변은 우선 법원이 지난 2015년 이뤄진 한일합의를 피해자들의 대체적 권리구제 수단으로 판단한 점을 지적했다. 당시 합의로 일부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았지만,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거나 완전한 피해 회복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 세계적 흐름 상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선 국가면제 없이 법적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재판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이에 반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사안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재판권 행사를 제한한 것은 헌법 27조에 따른 재판청구권 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변 관계자는 "법원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피해사실을 충분한 심리하지도 않았다"며 "사건 소송의 의미를 간과한 채 우리 헌법질서에 명백히 반하는 국가면제를 적용해 일본에 면죄부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항소 절차로 나아갈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오늘 판결과 무관하게 지난 1월8일 판결 내용을 수용하고 피해자들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전제로 한 사죄와 배상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이날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법원은 국제관습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라 외국인 일본을 상대로 주권적 행위 관련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을 불허했다.
하지만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는 지난 1월8일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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