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은행에도 없는데"…연가보상비 상품권 지급에 공무원 '골머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2 13:40

수정 2021.05.02 18:30

선호도 높은 지류 상품권, "은행에 씨 말라"
인사혁신처 "구매 경로 다양…지역 활성화 동참을"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추석에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고 있다. 지류 온누리상품권은 시중 은행에서 5%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사진=뉴스1
지난해 추석에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고 있다. 지류 온누리상품권은 시중 은행에서 5%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사진=뉴스1

공무원 연가보상비 선지급을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으로 제한해 불만이 이는 가운데, 은행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구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교적 한정적인 모바일상품권보다 지류상품권의 선호가 높기 때문에, 품절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다양한 구매처가 있다"고 설명했다.

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국가·지방공무원의 5일분 연가보상비 선지급은 온누리상품권, 지역화폐,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초 공무원 연가보상비는 7월 중 현금으로 지급해 왔으나, 시기를 앞당기는 대신, 상품권 등으로 대체한 것이다.
관련 문서에 따르면, 일부 부처는 연가보상비를 지급받은 후 1개월 내에 만원 단위 금액을 모두 상품권으로 직접 구매해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가보상비 41만7천원을 받은 경우, 41만원을 상품권으로 산 뒤 영수증을 증빙해야 하는 것이다.

전통시장·음식점 등으로 이용폭이 제한된 상품권이나 지역화폐로 대체되면서 현장 공무원들의 불만은 높은 상황이다. 한 경찰공무원은 "연가보상비 처분권은 공무원에게 있는 것 아닌가"라며 "개인이 직접 가서 사야하는 점도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한 공무원이 "보상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것은 문제"라며 "저축을 하든 뭘 사든 받는 사람이 정해야 하는데, 공직자는 무조건 주는 대로 받으라는 거냐"며 불만을 표했다.

특히 시중 은행 16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지류 온누리상품권은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류 상품권은 모바일에 비해 사용처가 폭넓은데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쪽에서 구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이에 상품권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시간 낭비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공무원은 "직장 주변 은행에는 온누리상품권의 씨가 말랐다"며 "한달 안에 어떤 식으로든 보상비를 바꾼 뒤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지급 시 연가보상비를 상품권이나 지역화폐로 받아야 함에도 신청을 하는 이유는, 연말에는 아예 보상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가보상비는 국가예산 상황에 따라 지급하지 않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에도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비용을 위한 2차 추경예산을 지난해 4월 편성하면서 그 해 공무원의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인사혁신처 측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역화폐나 상품권 구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본인 동의 하에 신청한 인원에 대해서만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일부 불만이 있는 공무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공무원이 동참하기 위한 차원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구매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구매 등 다양한 방법이 많아, 개인별로 희망하는 상품권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연가보상비를 온누리상품권·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방침에 불만을 표하는 글이 게시돼 있다./사진=블라인드 캡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연가보상비를 온누리상품권·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방침에 불만을 표하는 글이 게시돼 있다./사진=블라인드 캡쳐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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