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해결 다시 어려워져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 정부의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인정한 '위안부 2차 소송' 판결에 불복해 항소 방침을 밝혔다.
과거사를 둘러싼 법적 절차가 이처럼 현재 진행형 모드를 이어가면서 위안부 1차 소송 결과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인 우리 정부도 국내 여론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려는 일본 측에 '유감'을 표명하기는 했지만, 한일관계 개선과 피해자 중심 원칙 사이에서 외교 당국의 셈법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국가면제를 인정한 지난 4월 21일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부정하고 일본의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등 위반 책임에 면죄부를 부여했다"며 항소를 결정했다.
이 할머니는 "항소심에선 정의와 인권이 승리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의 소송에 심한 거부 반응을 보였던 만큼 외교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2차 소송과 관련 법원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 별도 협정에 의해 해결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과거사 문제 해결을 사실상 '외교의 영역'으로 맡겼지만, 항소 후 다시 '사법의 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의 '각하' 결정에 일본 정부는 반색하는 기색을 보이면서 "한국이 계속해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기 바란다"고 했다. 외교부 또한 "상세한 내용을 파악 중으로 구체적 언급은 자제하고자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양국 간 외교적 해결을 위한 여건이 마련됐다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ICJ 제소에 대해 외교부가 '신중론'을 펼치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일본과 조기에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 바란다"며 대화 의지를 적극 피력하면서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 강제성이 담긴 '종군 위안부'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하면서 양국 간 대화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었다. 지난 4월 29일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종군 위안부' 대신 '위안부'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채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당시 외교부는 "일본군 위안부의 동원·모집·이송의 강제성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일본 정부는 그간 스스로 밝혀 왔던 역사 인식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이에 역행하는 언행을 삼가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영국 G7 외교·개발장관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리면서 우선 한일 외교 수장이 마주 앉게 됐지만, 꼬일대로 꼬일 한일관계가 이번 회담으로 풀릴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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