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서 '농담'으로 시작했던 암호화폐 도지코인이 지난 반년간 2만5000% 가까이 폭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도지코인은 비트코인과 달리 공급량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공급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어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암호화폐 전문가들조차 거품 가능성을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도지코인은 '밈'의 네트워크 가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투자자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고, 각성이 일어나 공급제한 조처가 취해지면 장기적으로 지금보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 반년새 2만5000% 폭등
CNBC에 따르면 도지코인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면서 6개월 연속 가격이 폭등해 2만5000% 가까이 뛰었다. 7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시가총액 규모는 86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반년간 뉴욕 주식시장 흐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9%, 또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과 2위종목 이더리움이 각각 286%, 698% 급등한 것에 비해 엄청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총아인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이 기간 주가 상승폭이 56%에 불과하다.
퀀텀이코노믹스 창업자 겸 포트폴리오매니저 매티 그린스펀은 "농담(으로 시작한 도지코인)이 이제 월스트리트에 상륙했다"면서 "틱톡을 쓰는 10대들이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월가의) 가장 똑똑한 금융전문가들보다 수천% 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시바견 소재로 2013년 탄생
일본 시바견을 캐릭터로 한 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만들어낸 암호화폐다. 이들이 이를 진지하게 만든 것도 아니다. 그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우스꽝스럽게 비틀어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뜻에서 만들었다.
소셜미디어에서 큰 유행을 탔던 시바이누견 '도지'를 끌어들여 도지코인이라고 이름지었다. 밋밋한 비트코인 대신 암호화폐에 '재미'를 불어넣고, 채굴도 빠르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도지코인을 출범했다.
■ 공급 무제한
도지코인의 매력은 뭘까.
갤럭시의 알렉스 쏜, 카림 헬미 연구원은 4일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노트에서 "도지코인의 매력은 언제나 정직함이었다"면서 "다른 대부분 암호화폐 프로젝트들과 달리...(도지코인에는) 원대한 비전도 없고,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이라는 선언도 없다"고 지적했다.
도지코인은 또 전체 공급 규모가 2100만코인으로 한정돼 있는 비트코인과 달리 총공급 규모에 제한이 없다. 무한정 찍어낼 수 있다.
퀀텀이코노믹스의 그린스펀은 "비트코인의 가치 가운데 하나가 희소성"이라면서 "단 2100만개만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도지코인에는 이같은 엄격한 제한이 없다"면서 "실제로 도지코인은 미친 수준의 (공급) 인플레이션(확장) 계획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 머스크라는 컬트 지도자
도지코인 가격 폭등의 바탕에는 테슬라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있다. 머스크가 도지코인에 관해 트윗을 올릴때마다 도지코인 가격은 뛰었고, 종종 사상최고치로 올랐다.
그가 언제, 또는 왜 도지코인에 매료됐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저 지난 수년간 도지코인에 관해 말해왔다.
암호화폐 리플의 애시시 벌라는 "컬트 (종교) 지도자 같은 인물이 (도지코인에는)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도지코인을 부추기는 유명인이 머스크만은 아니다. 헤지펀드매니저 마크 큐번, 래퍼 스눕독, 록그룹 키스의 베이스주자 진 시먼스 등이 모두 트윗 등으로 도지코인 상승세를 불렀다.
심지어 육포 업체 슬림짐도 도지코인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 기성체제에 대한 반감
도지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들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 행정부가 마구잡이로 돈을 찍어내면서 시장에 돈이 넘쳐나 투자 여력이 크게 높아진데다 기성체제에 대한 냉소까지 겹친 것이 도지코인 폭등세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블록타워캐피털의 거래 부문 책임자 에이비 펠먼은 "도지코인은 현 시스템에 날리는 거대한 '빅 엿'과 마찬가지"라면서 "마치 "그래 이런 것도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난 그저 이걸(도지코인) 산다. 왜냐하면 내가 이걸 살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 도지코인 가치 둘러싸고 논란
전문가들 사이에 도지코인이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비트코인 같은 희소성조차 없기 때문에 논란은 더 크다.
게다가 지금 당장은 도지코인을 쓸 곳도 별로 없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도지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는 있지만 통화를 대체하는 수준 근처에도 못간다.
블록타워캐피털의 마이크 브루셀라 파트너는 그저 마케팅 전략으로 도지코인이 뛰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지코인은 또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 다양한 쓰임새가 있는 이더리움과 달리 프로그래머들이 이 플랫폼에서 디지털 자금을 빌려주고 빌리는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만들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기능도 실상은 없다.
리플의 벌라는 "지난 수년간 도지코인에 어떤 새로운 기능이나 코딩을 한 이를 본 적이 없다"면서 "심지어 도지코인은 개발팀도 없다"고 비판했다.
■ 도지코인은 순전히 투기(?)
교환수단, 가치저장수단 등이 결여된 도지코인 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순전한 투기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다른 이들이 도지코인에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도지코인이 실제로 가치를 갖게 되는 식이다. 화폐 역시 이런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지만 법정 통화는 법으로 그 가치가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마치 폭탄돌리기처럼 다른 이들이 더 높은 가격에서도 도지코인을 살 것이란 기대감이 도지코인 가격 상승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린스펀은 "지금은 도지코인이 낮은 유동성과 극도의 네트워크 성장에 힘입어 값이 뛰고 있다"면서 "네트워크가(계속 성장해) 핵심 규모에 도달하게 되면 이같은 폭등세가 지속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브루셀라는 "도지코인의 실제가치는 지금의 밈 추종 문화가 아니라 밈의 네트워크 가치에 있다"면서 "밈의 네트워크 가치는 엄청난 것임이 입증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어느 시점엔가 도지코인 공동체가 도지코인 일부 폐기 또는 채굴 반감기 도입 등 공급을 제한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결정하면 도지코인 가치는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낙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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