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부산·울산·경남서 9명 선정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 도운 주인공들
[파이낸셜뉴스] 지난 3월 경상남도 고성군보건소 상황실로 중년 남자의 위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얼마 전 국내 입국 후 자가격리 중인 캄보디아 출신 만삭의 아내가 진통이 시작됐는데 병원을 구할 수 없어 긴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산모는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자가격리 기간을 하루 남겨둔 상황이었다. 고성군보건소 박정혜 주무관은 즉시 119구급대원과 연결해줬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국내 진료기록이 없고, 자가격리자는 받아줄 수 없다며 입원을 거부했다. 박 주무관은 직접 병원마다 전화를 걸어 설득에 나섰지만 선뜻 나서주는 곳이 없었다. 박 주무관은 일단 가장 가능성이 높은 병원으로 무작정 119응급차량을 출발시켰다. ㄱ병원은 박주무관의 간절한 설득과 산모의 딱한 사정을 듣고 급히 음압병실 준비하고 곧바로 출산을 도와 딸을 순산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 도운 주인공들
행정안전부는 캄보디아 이주여성의 출산을 자신의 일처럼 도운 박정혜씨(고성군 보건소)를 비롯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총 9명을 '우리동네 영웅'으로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우리동네 영웅은 코로나19로부터 지역과 주민을 지킨 감동사례의 주인공들이다. 행정안전부가 17개 시·도와 협업해 지난달 인천·경기를 시작으로 매달 발표한다.
채수경 행안부 자치행정과정은 "'우리동네 영웅' 선정은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이웃들을 돕고 있는 주인공들의 감동사례를 공유하며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연대를 위한 것이다.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며 '우리동네 영웅'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부산의 영웅으로 선정된 정정국씨(동구 자원봉사센터)는 홀몸어르신 등 취약계층에게 매달 두차례 이상 반찬 배달을 하며 들여다봤다. 또 정씨는 자율방역단을 조직해 방역 활동도 솔선수범했다.
송규진씨(한국자유총연맹 부산 동구지회)는 사비 2500만원을 들여 저소득 자녀의 장학금과 방역물품을 전달하는 선행을 했다.
김나미씨(부산시 새마을부녀회)는 부녀회에서 면마스크 500장을 만들어 전달하고, 코로나19로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돕는 봉사활동을 이끌었다.
울산에서는 드라이브 스루와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 설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규모 기업체 전수조사(2만여 건)를 통해 코로나 확산 방지에 기여한 황향숙씨(동구보건소)가 선정됐다.
또 △주민자율방역단으로 활동하며 다중이용시설 집중 방역과 소외계층 마스크 제작(2000장) 지원에 힘써온 이순옥 씨(염포동 여성자원봉사회) △코로나19로 어려운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매주 방역활동과 캠페인을 전개해온 최병국씨(자유총연맹 울주군지회)도 울산의 영웅으로 뽑혔다.
경상남도의 '우리동네 영웅'은 국내 입국후 자가격리 중 주말 출산이 임박한 캄보디아 이주여성의 안전한 출산을 도운 박정혜 씨(고성군 보건소)가 선정됐다.
노준석 씨(산청지역자활센터)는 코로나19로 경로당과 지역복지관이 문을 닫아 끼니 해결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매주 반찬을 배달하고 저소득층 가정 청소와 방역을 지원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박강덕씨(창원시)는 태권도복 대신 방역복을 입고 관내 104개소 다중이용시설 방역을 도왔다.
박성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이들 뿐아니라 지역과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영웅들이 곳곳에 더 많이 있다. '우리동네 영웅'의 선행이 계속 이어지고 확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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