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 영업제한에 갈 곳 없어지면서 야외로 발길 돌려
밤 마다 20대들 삼삼오오 곳곳에 술판, 방역 구멍 우려
인근 편의점들과 배달음식은 호황..새벽에 쓰레기만 남아
주민들 "방역 구멍, 울산시가 국가정원 관리에 손 놓은 듯" 비판
울산 26명 또 추가 확진...영국발 변이 감염자 568명 전국 최다
밤 마다 20대들 삼삼오오 곳곳에 술판, 방역 구멍 우려
인근 편의점들과 배달음식은 호황..새벽에 쓰레기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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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지역 식당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되자 갈곳을 잃은 20대들이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몰려와 늦은 밤까지 술자리를 즐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시는 올해 들어 지역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자 확산 차단을 위해 5월 3일부터 2주간 식당, 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한 데 이어 오는 23일까지 1주일 더 연장한 상태다.
이에 술자리와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잃은 20대들이 때마침 따뜻해진 날씨 속에 야외에서 배달음식으로 술자리를 가지기 시작했다.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은 이 같은 20대들에게 각광받는 대표적인 장소가 되고 있다. 안주와 술을 구하기 쉬운 식당과 편의점이 주변에 많고, 공원 안쪽에는 밝은 가로등 아래에서 야외 식탁과 의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20대들에게는 금상첨화인 셈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18일 해질 무렵부터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해 오후 9시 술판은 절정을 이뤘다.
가로등 밑은 이미 자리 없었다. 뒤늦게 도착한 20대들은 양손 가득 소주병과 캔 맥주가 가득 든 비닐봉지를 들고 자리 물색에 분주했다.
국가정원 내 왕버들마당'과 주변 100m 잔디밭에는 어림잡아 300명가량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였고, 3~4개의 빈 술병이 쌓여 있는 자리가 많았다. 현장에서 술 안 마시는 사람을 찾는 게 오히려 힘들었다.
대부분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지키는 모습이었지만 10여 명이 둘러앉은 자리도 간혹 눈에 띄었다.
태화강 국가정원 만남의 광장 앞에서는 주문한 닭튀김과 족발 등 배달음식을 받아들고 스마트폰으로 계산하는 모습들도 이어졌다.
한 배달기사는 “밤 시간 최소 5~6번은 이곳에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며 “5월 들어 배달 주문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주변에는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먹거리 골목이 있지만 오후 9시까지 영업시간 제한이 실시되면서 매출 피해를 입고 있다. 일부 식당은 안주거리 배달에 치중하면서 위기를 견디내고 있다.
대신 편의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날도 태화강 국가정원 만남의 광장 앞에 위치한 편의점에서는 술과 안주를 구입하는 20대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계산을 기다리는 줄이 상당 시간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편의점이 설치한 야외 테이블도 빈자리가 없었다.
저녁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젊은 시절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어느 정도는 수긍한다는 입장과 반대로 울산의 코로나 상황을 염려하며 비난하는 쪽으로 양분되는 모습이었다.
방역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갈 곳이 없어진 20대들이 밀폐된 공간 대신 개방된 야외공원을 선택한 것은 방역차원에서 그리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비판에 무게를 둔 한 주민은 “5인 이상 모인 것을 자주 보게 돼 불안하고 또 쓰레기도 마구 버려 태화강 국가정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울산시가 방역과 정원 관리에 손을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 시민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무질서한 시민의식과 태화강 국가정원의 방만한 관리 실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울산지역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정원은 야외시설이라는 이유로 음식섭취 제한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한편 이날 울산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26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5명은 감염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울산에서는 이날 0시를 기준 총 569명이 568명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명은 인도 변이 감염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발 관련으로는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감염자가 많다. 경기도(541명)가 뒤를 이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 변이 감염자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650명)며 울산은 두 번째로 많았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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