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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수술실CCTV 의무화··· 이재명 "지금은 결단할 때" [반복되는 '유령수술', 방치된 '의료범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9 17:54

수정 2021.06.29 21:04

<5·끝>
수년간 의료진 성추행사건 충격적
첫 법안 발의후 6년간 논의만 씁쓸
道 공공의료원 6곳 CCTV 의무화
의료진 신뢰 높이고 분쟁은 줄 것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술실CCTV법 추진과정에서의 소회를 밝혔다. 사진=서동일 기자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술실CCTV법 추진과정에서의 소회를 밝혔다. 사진=서동일 기자

찬성 97.9%. 수술실CCTV법 찬반의견을 물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결과다. 응답자 1만3959명 중 292명만이 수술실CCTV 의무화에 반대했다. 권익위는 물론 수술실CC(폐쇄회로)TV 관련한 설문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찬성률이다. 불과 3년 전인 2018년엔 전국 어느 병원에도 수술실CCTV가 의무화돼 있지 않았다. 처음으로 수술실에 CCTV를 의무화한 병원은 경기도 내 공공의료원 6곳이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취임 뒤 핵심정책으로 수술실CCTV를 본격 추진하면서였다.

■"논의 아닌 결단 필요해"

본지는 29일 '반복되는 유령수술, 방치된 의료범죄' 기획보도와 관련, 이 지사의 의견을 들었다.

이 지사가 수술실CCTV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충남대학교 병원 수술실 성추행 사건이었다. 성형외과 A교수가 젊고 매력적인 여성을 수술할 때면 의식 없는 환자의 하반신을 추행했다는 충격적 폭로였다.

이 지사는 "수술실 안에 집도의 외에 너덧 명의 의료진이 참여함에도 불구하고 의식 없는 여성 환자에 대해 성추행이 수년 간 자행됐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며 "사건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지만 결국 입법에 실패했고, 그래서 도지사 취임 이후 설치사업을 추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 입장에선 불안한 게 당연하다"며 "수술과정을 촬영하면 최소한 대리수술이나 성희롱, 수술실에서 갑자기 의사가 나가버리거나 파티를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은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수술실CCTV 관련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 지사는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최초 법안 발의 후 6년이나 지났고 그동안 일어나지 않아도 될 안타까운 사건 사고들도 여러 건 발생했다"며 "지금은 논의가 아니라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수술실CCTV법이 최초 발의된 이후 발생한 대리수술 사건은 확인된 것만 112건에 이른다. 사건 당 최대 수백 건까지 대리수술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피해를 본 환자는 드러난 것만 수천 명에 달한다.

■실용적 민생개혁, 수술실CCTV부터!

이 지사는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지사는 "토론과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선이지만 불가피한 경우 차선으로 다수결에 따라 강행하라고 국민께서 권한을 부여했다"며 "당론 채택과 신속한 입법으로 집권여당이 '실용적 민생개혁'의 실천에 매진하고 있음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는 "대부분의 의료사고 발생 시 모든 자료는 의료진이 갖고 있고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환자입장에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이는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자가 숨기고 방어하면 정보를 갖지 못한 쪽은 당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야말로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불공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특히 수술실CCTV 의무화가 궁극적으로 의료계에 대한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란 사실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어린이집 CCTV가 소극적 보육을 유발하지 않는 것처럼 수술실CCTV는 양심적이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대다수 의료진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 극소수 불법의료나 성추행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줄 것"이라며 "근거 없는 민원을 근절시키고 의료분쟁 시 투입되는 장기간·고비용의 사회적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이 지사는 "CCTV 설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이나 (의료인의) 기록조작을 예방하는 등 원천적인 위법행위를 차단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는 것이란 단순한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도 수술실CCTV 정책 추진 일지
시점 내용
2018. 10 전국 최초 안성의료원 시범운영
2019. 3 보건복지부에 의료법 개정안 제출
2019 5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전면 도입
2020. 5 도내 민간병원 확대 위해 공모
2020. 7 이재명 지사 국회의원 전원에 편지 "수술실CCTV 의무화하자"
2020. 7 의무설치 입법지원 간담회 개최
2020. 11 공모 응한 민간병원 첫 운영
2021. 6 더불어민주당에 당론채택 요구
(경기도)


pen@fnnews.com 김성호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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