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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사라진 바다서 먹이 잡는 아델리펭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7 10:13

수정 2021.07.27 10:13

극지연구소, 아델리펭귄 빙붕 붕괴후 새 사낭터서 적응활동 최초 확인
난센빙붕 붕괴 후 노출된 바다에서 사냥 중인 아델리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난센빙붕 붕괴 후 노출된 바다에서 사냥 중인 아델리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구온난화로 인한 남극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펭귄의 모습이 포착됐다.

극지연구소는 이원영 박사팀이 얼음이 사라진 남극 바다에서 아델리펭귄이 사냥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원영 박사는 "펭귄 일부가 변화에 적응하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다수는 급격한 변화로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이원영 박사팀은 2018년 12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인익스프레시블섬에서 번식하는 아델리펭귄 27마리를 추적했다. 그결과 5마리가 기존 사냥터를 떠나 난센 빙붕이 붕괴하면서 노출된 바다로 향하는 모습을 최초로 확인했다.


빙붕은 바다에 떠 있는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 덩어리로, 남극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16년 인익스프레시블 섬 펭귄 번식지에서 남쪽으로 약 10㎞ 떨어진 난센 빙붕의 끄트머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약 214㎢ 면적의 바다가 새로 나타났다.

아델리펭귄이 사냥터를 바꾼 것은 빙붕 붕괴로 인해 취식이 가능한 해역이 더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빙붕이 사라진 바다에는 빙하 녹은 물이 유입되면서 펭귄의 먹이인 크릴 등이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등 깃털에 GPS와 수심기록계를 부착한 아델리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등 깃털에 GPS와 수심기록계를 부착한 아델리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5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22마리는 이전에 먹이를 사냥했던 동쪽 바다로 갔는데, 신규 사냥터 정보가 모든 개체에 퍼지지 않아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지난 2017년 펭귄들이 개체 간에 소리를 내며 모이는 행동을 밝힌 바 있다.

연구진은 GPS와 수심기록계, 비디오카메라 등을 활용해 아델리펭귄의 이동경로와 사냥 습성을 파악했다. 신규 사냥터로 향한 펭귄들은 수심 100m 이하의 얕은 바다에서 주로 먹이를 사냥했다.

인익스프레시블 섬은 세계 최대 해양보호구역인 남극 로스해에 위치하며, 최근 우리나라의 주도로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물범, 남극어류 등 해양동물이 다양하게 서식하는 곳으로, 이번 관찰결과는 남극 생태계 변화 연구에 기초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원영 박사는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가져올 위기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만큼, 펭귄이 겪고 있는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 온라인판에 6월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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