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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물린다’ 사물놀이 장세에 투자자들 심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3 18:45

수정 2021.08.03 18:45

델타변이 확산에 증시 박스권
中 규제로 외국인 자금도 유출
순매수 상위종목 줄줄이 손실
‘사면 물린다’ 사물놀이 장세에 투자자들 심란
#1. "요즘 업계에서는 '사물놀이(사면 물리고 놀면 이긴다)' 장세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기관들도 수익 내기 쉽지 않은 장이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

#2. "지난 한달간은 무슨 종목을 사더라도 물렸던 것 같다. 물타기(보유주식 가격이 내려갈 때 추가매입으로 평균 매입단가 하락 시도)를 하면 땅굴 파고 들어가는 장이었다. 투자를 쉬는게 나았을 뻔 했다"(주식 관련 커뮤니티 개인 투자자 A씨)
지난 7월 코스피가 8개월간의 최장 랠리를 마치고 하락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과 글로벌 경기 피크아웃 우려, 중국 당국의 잇단 규제에 따른 외국인들의 신흥시장 기피 현상 등 예상치 못한 악재가 겹치며 수익률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매수 시기를 잘못 잡았다가는 발목을 잡히기 십상이어서 차라리 관망하는게 낫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금융, 화장품 등에 골고루 투자했지만 모두 손해를 봤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2조9882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평균 매수단가가 7만9181원으로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종가(7만8500원)와 비교하면 0.9% 손실이다.

SK하이닉스 수익률은 더욱 저조했다. 평균 매수단가가 11만8303원인데 지난달 30일 종가는 11만2500원에 그치면서 4.9% 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차(-4.2%), SK이노베이션(-6.5%), 현대모비스(-3.7%), LG생활건강(-4.6%), 삼성전자우(-0.7%), KB금융(-2.0%), 기아(-2.4%), 카카오(-6.4%) 등도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관과 외국인 역시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에서 손실을 봤다. 기관은 지난달 네이버를 2623억원어치 샀지만 평균 2.4% 손해를, 외국인도 같은 기간 3638억원어치 사들였지만 평균 3.0% 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하반기 기업 이익 모멘텀 약화 가능성 △중국 당국의 릴레이 규제 정책 발표 등이 국내 증시 상단을 제한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 본부장은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적 피크아웃 우려를 잠재울 정도의 모멘텀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주가 강한 모멘텀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정보기술(IT)에 이어 사교육, 철강, 게임 등 업계 전방에 규제 칼날을 휘두르면서 외국인들이 신흥시장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여기에 국내 수출과 기업이익 모두 피크아웃 우려가 있고 미국의 경기모멘텀과 하반기 테이퍼링 및 금리상승 기대감에 강달러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당분간 강한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문에 중소형 주 내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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