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비공개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대상자들의 적격 여부를 심의해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미 지난달로 형기의 60%를 채운 이 부회장은 모범수로 분류됐으며 가석방 대상을 검토 하기 위한 예비 심사도 무난히 통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광복적은 휴일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풀려난다.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 권한 사항이지만, 국내 최대 기업의 총수인 만큼 청와대와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형 집행을 면제하는 등의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모범수'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부담이 덜하다. 이에 따라 우선 가석방으로 국민 여론을 따르는 모습을 보인후, 차후에 사면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그동안 재계와 국민여론은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 하다는 쪽이 우세 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이 본격 점화된 상황에서 K-반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를 이끄는 총수의 책임경영이 필요 하다는 이유에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6%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가석방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가석방은 사면과 다르다. 사면이 되면 형의 선고 효력으로 인해 상실됐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하는 '복권' 조치가 이뤄지지만 가석방은 수감 상태에서 풀려나는 것일 뿐 형은 집행중이다. 당장 특별경제가중처벌법에 따른 5년간 취업금지, 해외출국 제한 등 내년 7월 형기 만료 전까지 여러 제약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 가석방 상태에선 100% 경영 복귀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수감에서 풀려나면 그룹내 경영자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 지기 때문에 그간 총수의 부재로 인해 산적한 현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데는 가속도가 붙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특경가법상 5년간 '취업제한' 문제가 있지만 이 부회장은 수감 이전에도 비등기이사로 있었기 때문에 이부분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취업제한 대상이라도 법무부 장관의 승인시 예외가 인정될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 나면서 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전장 분야 등 신사업 투자 결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발표한 170억달러(약 19조3000억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 투자 계획의 구체적인 실행안을 포함해 대형 인수합병(M&A)도 진행 될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