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개선이 시급한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 마련이 난관에 부딪혔다. 이달말 재정건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보험료율 인상을 두고 노사간 입장이 첨예하다.
고용보험기금은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고용노동부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어떤 특정 방안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현 정부에서 펑펑 쓴 고용보험기금에 대한 부담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해 9월 국회에 내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으로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하고,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약 11조원을 대출해 적립금에 충당한다는 내용의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2020년~2024년)을 제출했다.
문제는 기금의 적자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잇따른 보험료율 인상과 대출로 해소 메꾸려 했다는 점이다. 고용보험료율을 내년부터 1.8%, 1.9%, 2.0%까지 매년 올리고 공자기금에서도 11조원대의 대출을 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보험료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내는데, 현재 보험료율은 불과 2년 전 오른 1.6%다.
고용부는 "지난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구직급여의 큰 폭 증가 등 장기지출 소요를 대폭 반영했고 수입도 지출에 대응해 보험료 인상, 예수금 확충 등을 가정해 수입을 추계했다"며 "올해 변화된 경제상황을 반영한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을 새로 마련해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난 2017년 노사정과 학계 전문가가 참여한 '고용보험제도 개선 TF'를 출범시켰으나, 5년이 지나도록 뾰족한 묘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달말에는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보험료율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열린 TF에서 노동계는 정부의 국고 투입을 전제로 한 '조건부 동의'를 경영계는 인상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공자자금은 기금 적자 해소를 위해 지난해부터 투입됐다. 지난해 4조6999억원을 공자기금에서 대출했다. 올해도 3조2000억원을 추가로 끌어올 계획이다. 하지만 공자기금은 정부에서 빌린 엄연한 고용보험기금이 갚아야 할 빚이고, 매월 이자도 내야 한다.
고용보험기금은 실업급여에 대한 지출이 가장 크고 이외에 청년채용특별장려금 등 각종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업급여와 각종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막대하게 늘어나면서 적자 규모가 5조3292억원에 달했다.
4차 유행 장기화로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할 조짐이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약 6.5원으로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6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실업급여는 한번 신청하면 4~9개월간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 적립금은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0조원대에서 지난해 6조원대로 뚝 떨어진 상태다. 결국 올해의 적자는 내년 선거 이후 정권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고용부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자 줄줄 새는 실업급여를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 오는 9월부터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반복수급한 사람은 받는 급여액이 최대 절반까지 단계적으로 깎이게 된다.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237억5700여만원으로 5년 전(145억7100만원)에 비해 100억원 가까이 폭증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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