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9월은 '혈액암 인식의 달'이다. 2010년 미국 의회에서 혈액암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정했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으면서 혈액암, 특히 다발골수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발골수종은 우리 몸에 면역항체를 만드는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면서 골수에서 빠르게 증식하는 혈액암 중 하나다. 다발골수종은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으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1~2년 내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다발골수종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져 치료 이후에도 잦은 재발로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이제중 화순전남대병원 교수(혈액내과)는 2일 "다발골수종은 질환 특성상 치료 이후에도 재발하거나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불응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이라 한다"며 "이런 경우 치료가 반복될수록 환자의 연령이 높아지고 전반적 건강상태가 나빠져, 다음 치료 차수에서 치료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첫 재발 치료를 어떻게 가져가는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첫 재발 치료의 핵심은 가장 효과적인 치료 요법을 바로 사용해 치료 반응을 극대화해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을 높이고 그 상태를 유지시키는 치료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50대 이상, 전체 환자 95% 차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는 2016년 6386명에서 지난해 8565명까지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0%, 60대가 36%, 70대 이상이 39%를 차지하며 전체 환자 중 95%가 50세 이상 환자로 보고됐다.
질병 초기 다발골수종의 증상은 고령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유사해 적시에 병을 발견하지 못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뼈 통증은 악성 골수종세포가 주변 뼈를 녹이는 파골세포를 활성화하면서 나타나며, 단순 노화로 인한 통증으로 혼동되기 쉽다.
뼈 통증은 허리, 갈비뼈, 엉덩이관절 부위에 주로 발생한다. 이는 증세가 악화될수록 심해져 나중에는 골절, 신경압박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발골수종의 대표증상을 'CRAB'이라고 표현하는데, △칼슘 수치가 높아지는 증상(Calcium elevation) △신장과 관련한 증상(Renal insufficiency) △빈혈(Anemia) △뼈 통증(Bone disease) 등이 나타난다.
■재발시 표적치료제 '카르필조밉' 주목
일반적으로 다발골수종의 치료는 2~3가지의 항암제를 병용하는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한다. 1차 치료에서 조혈모세포이식 가능 여부에 따라 치료제 선택이 달라지며, 1차 치료 이후 재발시에는 이전에 사용한 약제의 반응 여부, 환자의 상태 및 질병의 위험도를 고려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효과가 우수한 치료제들이 새로 개발되며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생존율이 늘었고,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 그 중 생존기간 연장 혜택 등 효과가 우수한 치료제로 카르필조밉이 주목받고 있다. 표적치료제인 카르필조밉은 재발하거나 이전 치료에 불응한 다발골수종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2세대 프로테아좀 억제제다.
카르필조밉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치료제보다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우수한 결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카르필조밉은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레날리도마이드 및 덱사메타손과의 3제 병용요법(KRd 요법), 덱사메타손과의 2제 병용요법(Kd 요법)로 급여 사용이 가능하며, 두 요법 모두 3상 임상을 통해 우수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기존 치료보다 생존기간 12개월 이상 연장
KRd 요법과 Kd 요법은 임상 연구를 통해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가 재발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의미하는 무진행 생존기간을 기존 치료제보다 12개월 이상 연장시키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체생존기간도 평균적으로 4년 이상의 기간을 달성했다. 또한 환자의 삶의 질 개선 효과도 기존 치료제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치료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여러 나라의 리얼월드데이터 연구에서 KRd 요법은 임상 연구에서 확인된 효과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다발골수종 급여 환경에서 KRd 요법은 주로 2차 치료제로, Kd 요법은 2차 또는 3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Kd 요법이 기존 주 2회에서 주 1회 투여하는 방식으로도 급여 사용이 가능해져 환자 투약 편의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중 교수는 "카르필조밉은 2018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이후 진료 현장에서 4년간 사용돼 오면서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기간 향상과 치료 환경 개선에 상당히 기여한 치료제"라면서 "KRd 요법과 Kd 요법이 환자가 재발하기까지의 기간을 최대한으로 연장해 전체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까지도 개선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다발골수종 환자들도 희망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질환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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