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동맹·탈레반 사이에 낀 미국… 아프간 철군 연장 '진퇴양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4 18:31

수정 2021.08.24 18:31

英·佛 "대피할 추가시간 필요"
동맹국, 철군시한 연장 한목소리
탈레반은 "31일까지 철수하라"
레드라인 강조하며 도발 위협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기한을 놓고 탈레반과 동맹국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동맹들은 미국이 이달 31일까지 군대를 물리면 피란민 철수를 완료할 수 없다며 기한을 미루자고 촉구했고 탈레반은 약속대로 철군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탈레반 정치국의 수하일 샤힌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FT와 인터뷰에서 미군이 약속대로 철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이는 위반 행위"라며 "우리 지도부는 이러한 위반 행위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샤힌은 같은날 영국 스카이뉴스와도 접촉해 "바이든은 이달 31일가지 모든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는 '레드라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이 계속해서 대피를 위한 추가 시간을 원한다면 대답은 '아니오'다"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지난해 2월 도하에서 당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올해 5월까지 미군을 아프간에서 빼낸다고 약속했으며 바이든 정부 들어 시한을 이달 말로 연기했다.

그러나 아프간 미군은 지난 15일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아프간 정부를 무너뜨리고 수도 카불에 입성하자 카불의 하마드 카르자이 국제공항만 통제한 채 탈레반과 대치하고 있다.

미군이 14일부터 23일까지 공항을 통해 대피시킨 미국인과 아프간 난민들은 약 3만7000명이다.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일원으로 아프간에 개입했던 영국 및 유럽 국가들 역시 과거 협력했던 아프간 민간인 등을 빼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이든은 22일 연설에서 미군과 철군 기한 연기 여부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발표에서 "우리는 일단 지금부터 이달 말까지 탈출을 원하는 미국인들을 빼낼 시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카불과 공항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탈레반과 상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히페이 영국 방산국장은 탈레반이 미군 철수 기한을 9월까지 연기하도록 허락할지 이미 투표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로리 브리스토 아프간 주재 영국 대사는 하원 의원들과 회동에서 "이달 31일 기한을 넘기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탈레반을 도발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이 9월까지 서방 병력 주둔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탈레반에게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일단 올해 주요7개국(G7) 모임의 의장을 맡은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24일 미국을 포함해 회원국 정상회의를 열고 철군 기한 연장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존슨은 앞서 바이든과 전화통화를 하고 기한 연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장 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시한이 걱정된다"며 "철수 작전을 완료하려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덤 시프 미 하원정보위원장도 정보당국의 보고를 받은 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대피가 필요한 미국인의 숫자를 생각할 때, 작전이 시한 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히페이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이 철수 기한 연장에 합의하더라도 탈레반이 거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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