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가 지난 1일(현지시간)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낙태 권리를 헌법적으로 보장한 '로 대 웨이드 사건' 판결 이래 거의 50여년 만에 가장 큰 도전으로 평가 받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지난 5월 서명한 '태아심장박동법', 이른바 '6주 이후 낙태금지법'은 이날 오전 0시를 기해 텍사스에서 시행됐다.
이 법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에 대해 사실상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성폭행 피해로 인해 임신의 경우도 예외로 두지 않았다. 의료 비상 상황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또한 이 정책을 위반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시민들이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소송에서 이기면 1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낙태권리 옹호론자들은 연방대법원에 텍사스주의 낙태 금지법에 제동을 걸어줄 것을 요청하는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이날 기각됐다. 다만 이것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것으로, 법의 위헌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법이 반 세기 가량 이어져 온 여성의 낙태 권리를 훼손한다고 규탄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로 대 웨이드' 사건으로 확립된 낙태 권리를 노골적으로 침해한다"며 "특히 유색인종이나 저소득층 여성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가족이나 의료진, 병원 안내원,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낯선 사람들까지도 낙태를 도왔다고 믿을 경우 개인 시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한 것은 어처구니 없는 것"이라며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 판결로 낙태 권리를 헌법적으로 보장해 왔다.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나 출산 3개월 전에만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낙태를 제한하는 것은 미 수정헌법 14조에 따른 것으로, 사생활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판단이다.
물론 이후 루이지애나 등 공화당이 장악한 일부 주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법이 여러 차례 추진됐으나 실제 시행하고 있는 곳은 없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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