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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왜해요" 청년지원금이 키운 자발적 백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3 18:33

수정 2021.09.13 18:33

정부·지자체 취업정책만 789개
각종 지원금으로 생계 가능해지자
구직 공고에도 지원자 없는 기현상
배달 · 콜센터 등 힘든 일은 기피
"돈풀기 대신 일자리 확대 유도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청년 관련 지원금이 늘면서 아르바이트 구하기조차 포기하는 '코로나 백수'가 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수당이 많다 보니 예비 청년 취업준비생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행위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아르바이트 코너에 올라온 일감은 물류센터 등 힘든 업종 위주여서 기피 현상마저 감지된다. 전반적인 취업 무기력증이 퍼지고 있어 한시적인 지원금보다 일자리를 늘리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A 포털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르바이트 구직건수가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늘었다.
구체적으로 올 상반기 전국 아르바이트 공고수(15~34세)는 2019년보다 약 24% 늘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찾는 구직자 수는 같은 기간 대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알바 자리가 부족하고 지원자는 줄을 설 것이란 예측과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낯선 시각일 수 있지만 데이터가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흐름 때문에 취업 전문가들도 원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현상의 배경으로 청년지원금 확대가 꼽히고 있다. 유명 아르바이트 업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청년 지원제도가 확대돼 근무해서 돈을 번다는 게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온라인 청년센터에 따르면 9월 현재 중앙부처 및 전국 지자체의 각종 지원금을 포함한 청년 취업지원 정책은 789개로 나타났다.

고용부의 국민취업제도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서울시의 청년수당 및 청년 월세지원,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 청년면접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15~34세 청년 구직자라면 국민취업제도에 참여해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받을 수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1유형과 2유형으로 나뉘는데, 1유형에서 취업 경험이 없는 15~34세 청년 가운데 중위소득 120%인 사람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앙부처 외 일부 지자체에서도 청년 수당을 늘렸다. 서울시는 만 19~34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매월 50만원씩 6개월간 청년 수당을 지급하고,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 1인가구에게 월 20만원씩 최대 10개월간 임대료를 지원한다. 경기도는 만 24세 청년에게 청년기본소득으로 연 최대 100만원을 준다. 최대 30만원인 청년면접수당도 지급한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막상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해도 코로나19로 인해 남은 일자리는 물류센터나 콜센터, 배달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청년 A씨는 "예전에는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괜찮은 서비스업 공고들도 가끔 올라왔는데 요즘은 서비스업 찾기도 힘들고 물류가 상당수"라며 "힘쓰는 일만 하다보니 멘털까지 흔들린다"고 말했다. B씨는 "코로나 이후 못할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예전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도 사람이 할 만한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냥 사람 취급 당하는 걸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마저 포기하는 현실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15~29세) 구직단념자는 2015년 대비 2020년 18.3% 증가해 21만9000명에 이르렀다. 청년층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로 청년 체감실업률이 25.1%에 달했다.


취업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일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추세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돈을 쓰는 정책 말고 현실적으로 기업에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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