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변호사가 자신을 청부살인토록 꾸며 아들이 자신의 생명보험금 1000만달러(약 116억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가 들통이 났다.
특히 이 변호사는 지역의 명망있는 가문 출신인데다 아편계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중독자여서 미 사회의 여러 치부들을 들춰내고 있다.
CNN, 가디언 등 외신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명망 있는 변호사인 알렉스 머도프(53)의 보험사기 행각이 당국에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머도프는 석달전 아내와 아들이 총격으로 사망하고, 아버지도 잃자 실의에 빠진 나머지 남겨진 아들이 생명보험금으로 10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을 살해할 것을 청부했다.
그는 커티스 에드워드 스미스(61)에게 자신을 살해할 것을 요청했고, 지난 4일 도로에서 머리에 총을 한 발 맞았다. 그러나 총알이 스치면서 머도프는 살아 남았다.
그는 13일 당국에 자신의 청부살인 공모를 인정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법집행부서(SLED)에 따르면 청부살인에 나선 스미스는 자살보조, 폭행과 구타, 무기 겨냥과 위협, 보험 사기, 보험사기 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CNN은 머도프 역시 공범으로 기소장에 올라가 있지만 아직 혐의가 공개되지는 않았다면서 SLED가 추가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머도프는 이전에 스미스의 변호인을 맡으면서 그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머도프의 변호인단은 그가 "잘못이 없지는 않지만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삶이 피폐해졌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지난 20년간 많은 이들이 그의 오피오이드 중독을 유도했다"면서 그의 중독을 이끈 이들이 엄청난 돈을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자살 청부살해 음모도 그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그를 조종해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머도프 가문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동부 연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명문가다.
그의 아버지, 조부, 증조부는 앨런데일·뷰포트·콜레턴·햄튼·재스퍼카운티를 관할구역으로 둔 제14순회검찰청에서 검사를 지냈다. 3대가 검사로 지낸 기간만 모두 87년에 이른다.
머도프도 지역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그러나 머도프 가문은 최근 잇단 비극을 맞았다.
머도프의 아내인 마거릿(52), 아들 폴(22)이 6월 총격으로 사망했다. 머도프는 당시 911(119)에 전화를 걸어 작은 마을인 아일랜드톤의 자택 바깥에서 그들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머도프는 자신의 범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머도프는 이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문제에 시달렸다.
4일 자신이 머리에 총을 맞기 전날 그는 횡령 조사를 받던 중 로펌을 그만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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