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국판 리먼사태 우려
부채 355조원… 디폴트 위험
23일 채권이자 못 갚을수도
달러채 266억弗… 가격 급락
글로벌 금융사 손실 눈덩이
투자자들, 부동산업체 주식 투매
中정부 개입 여부에 생사 달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도쿄=정지우 조은효 특파원】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파장이 중국 내 부동산을 넘어 세계 금융시장까지 전달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져 '중국판 리만브라더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채 355조원… 디폴트 위험
23일 채권이자 못 갚을수도
달러채 266억弗… 가격 급락
글로벌 금융사 손실 눈덩이
투자자들, 부동산업체 주식 투매
中정부 개입 여부에 생사 달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적인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여부가 앞으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 정부의 규제는 불건전한 기업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며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16일 중국 매체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헝다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막대한 부채가 쌓여 터지기 직전을 상태로 평가된다. 헝다가 갚아야 할 총부채 규모는 1조9500억위안(약 355조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 전체 은행의 부실채권 2조7000억위안의 72% 수준이다.
헝다의 1차 위기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채권이자 납입이다. 영국 신용평가사 피치는 헝다가 납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헝다는 또 올해 안에 6억7000만달러(약 7843억원)에 달하는 이자납입도 해결해야 한다. 반면 연내에 채권 만기 물량은 없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헝다의 부채와 디폴트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중국 부동산 시장을 거쳐 금융계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 정부의 강력 규제와 유동성 차단 등으로 또 다른 헝다 사태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중국 부동산 업체 주식과 채권 매도세에 나서고 있다.
광저우 부동산 업체 광저우R&F프라퍼티스 주가는 3개월간 약 40% 하락했고 허난성과 산둥성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신위안부동산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50% 가까이 추락했다. 판타지아홀딩스 그룹의 2022년 7월 만기 5년물 달러채 가격은 발행 당시에 비해 40% 떨어졌으며 헝다 주가는 3개월 동안 70% 넘게 곤두박질쳤다.
헝다 회사채 가격은 2024년 4월 만기 5년물 달러채 기준으로 액면가를 70% 이상 밑돌고 있다. 헝다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 존속하는 모든 회사채는 16일 하루 동안 거래가 중단되며 17일 재개된 날부터 거래 방식이 조정된다고 발표했다.
영국 신용평가사 피치는 "헝다그룹이 파산하면 중국 건설회사와 중소형 은행의 연쇄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도 부동산 회사에 대한 대출이 부실채권이 될 위험이 의식되면서 중국 은행주에도 매도세가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다 헝다의 달러채는 266억달러(약 3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계 블랙록과 스위스계 UBS, 프랑스계 아문디 등이 헝다 달러채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말 80센트 정도였던 헝다 달러채는 이달 들어서는 28센트 수준까지 추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헝다의 달러채가 국제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헝다는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주요 외신은 헝다의 구조조정이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헝다 채권 처리가 최소 마이너스 75% 손실을 기본 시나리오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헝다의 구조조정이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룹 해체와 부동산, 본사, 계열사 등 자산 매각이 최우선 과제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회사채 부도는 매년 최고치를 기록하지만 정부가 승인하는 '계획부도'라는 점을 근거로 시간을 두고 정리할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파괴적인 디폴트 전염 가능성은 낮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관건은 중국 정부가 헝다 사태에 얼마나 개입을 하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 중앙은행은 인민은행은 지난달 헝다 고위급들을 불러 이 같은 사태를 우려하며 부채 해결을 질타했다. 파문이 확산되기 전에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대규모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분노가 정부로 향할 우려도 당국은 고려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현재 모든 정치일정은 내년 10월 당대회에 맞춰져 있다. 헝다 사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jjw@fnnews.com 정지우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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