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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탈레반 권선징악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22 19:36

수정 2021.09.22 19:36

추석을 앞두고 사극에서 '장옷'을 걸친 등장인물을 봤다. 조선시대 양반가 부녀자들은 외출 시 내외용(內外用)으로 머리부터 이 옷을 내려 썼다. 얼굴만 내놓은 채.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복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성을 억압하는 일종의 오브제라는 점은 비슷할 듯싶다.

아프간을 20년 만에 재장악한 탈레반이 여성탄압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월 15일 수도 카불 점령 후 "히잡(이슬람 머릿수건)만 쓰면 여성의 대학교육을 허용하겠다"고 하더니 안면을 싹 바꾸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탈레반이 총으로 쏴 죽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지난주 일부 여성들은 부르카 착용 반대 캠페인에 나섰다. 이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화려한 전통의상은 부르카가 아프간의 고유문화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자 탈레반 측은 더 센 카드를 빼들었다. 여성부를 아예 없애고 '권선징악부(Ministry of Vice and Virtue)'를 설립했다. 1996~2001년 탈레반 집권기 이슬람 율법을 잣대로 여성과 주민을 가혹하게 탄압했던 종교경찰을 부활시킨 것이다. 당연히 여성들을 더 옥죄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부르카 착용이나 남녀 동석 금지 등 율법에 대한 교조적 해석이 실제 이슬람 교리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긴 여성들이 바깥나들이에 장옷을 입던 조선조를 돌아보라. 칠거지악 등 유교의 본래 가르침과 무관한 여성차별 관습이 횡행했었지 않나.

이미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에미리트'로 국명까지 정한 마당이다. 이제 악명 높은 권선징악부까지 돌아왔으니, 앞으로 아프간 사회는 샤리아법에 따른 선악 이분법이 더 기승을 부릴 판이다.
국제사회의 개입이 없는 한 아프간 여성들의 질곡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kby777@ 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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