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을 20년 만에 재장악한 탈레반이 여성탄압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월 15일 수도 카불 점령 후 "히잡(이슬람 머릿수건)만 쓰면 여성의 대학교육을 허용하겠다"고 하더니 안면을 싹 바꾸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탈레반이 총으로 쏴 죽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지난주 일부 여성들은 부르카 착용 반대 캠페인에 나섰다. 이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화려한 전통의상은 부르카가 아프간의 고유문화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자 탈레반 측은 더 센 카드를 빼들었다. 여성부를 아예 없애고 '권선징악부(Ministry of Vice and Virtue)'를 설립했다. 1996~2001년 탈레반 집권기 이슬람 율법을 잣대로 여성과 주민을 가혹하게 탄압했던 종교경찰을 부활시킨 것이다. 당연히 여성들을 더 옥죄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부르카 착용이나 남녀 동석 금지 등 율법에 대한 교조적 해석이 실제 이슬람 교리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긴 여성들이 바깥나들이에 장옷을 입던 조선조를 돌아보라. 칠거지악 등 유교의 본래 가르침과 무관한 여성차별 관습이 횡행했었지 않나.
이미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에미리트'로 국명까지 정한 마당이다. 이제 악명 높은 권선징악부까지 돌아왔으니, 앞으로 아프간 사회는 샤리아법에 따른 선악 이분법이 더 기승을 부릴 판이다. 국제사회의 개입이 없는 한 아프간 여성들의 질곡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kby777@ 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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