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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월 만에 풀려난 화웨이 부회장… 美中분쟁 돌파구 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26 17:54

수정 2021.09.26 17:54

멍완저우 캐나다 가택연금 해제
미국과 사전 조율없이는 불가능
당장 미중관계 개선 어렵더라도
'화해의 불씨' 긍정적 시그널
양국정상 통화 등 접촉 늘어
제재받던 화웨이 사업도 숨통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캐나다에 가택연금 상태로 있던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이 2년 9개월여 만에 석방되면서 미국과 중국간의 분쟁이 해결 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렸다. 화웨이는 미중갈등의 첫 촉발점이 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런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멍 부회장의 석방 대가로 중국 역시 자국에 수감 중이던 캐나다인 2명을 풀어준 상호 맞교환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양해 없이는 멍 부회장의 석방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게다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정상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을 경계하기 위한 안보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를 갖는 와중에 멍 부회장의 석방이 이뤄졌다는 점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26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멍 부회장의 석방 이후 미국 제재로 활력을 잃어가던 휴대폰 등 화웨이 주력 사업의 동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돌아온 멍 부회장이 국민영웅으로 대접받고 있고, 화웨이도 '국민기업'으로 등극하면 내수에서 1등 자리를 재탈환할 가능성도 있다.

멍 부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캐나다에서 미국 요청을 받은 현지 검찰에 의해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죄명은 이란제재법 위반이다. 멍 부회장이 이란과 사업을 위해 HSBC 은행을 속이는 금융사기를 저질렀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이후 캐나다에서 자택 연금 상태로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 재판을 받아오다 지난 24일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 합의로 풀려났다.

미국은 이란 제재와 관련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대가로 멍 부회장에 대한 금융사기 사건을 무마했다. 다만 멍 부회장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기소이며 유죄까지 인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멍 부회장은 미중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힌 인물이다. 화웨이 최고 재무책임자(CFO)인 멍 부회장은 회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런정페이의 딸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멍 부회장이 체포되거나 기소된 2018년과 2019년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시작된 시점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보안국은 수출관리규정(EAR) 기업 목록에 중국 통신장비·반도체·인공지능·인터넷 기업 명단을 올린 때가 2018년 8월이다. 이후 미국은 화웨이를 비롯한 계열사 70여 곳에 대한 봉쇄 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멍 부회장이 가택 연금에서 풀려난 것은 미국의 양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석방 자체가 미 법무부의 기소 연기를 바탕에 두고 있어서다. 멍 부회장이 미 법무부와 합의한 조건을 이행하면 사기 등 형사 고발은 내년 12월1일에 기각된다.

따라서 이번 상황을 놓고 미중 갈등 국면에서 화해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일부 주요 외신들로부터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미중 양국 지도부의 접촉 횟수도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미중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간다면 화웨이를 옥죄고 있던 △미국 역내·외에서 개발·생산되는 미국 반도체 기술이 포함된 제품과 소프트웨어 구입 금지 △화웨이 통신 장비의 미국 기업 수입 차단 △구글 안드로이드 기술 서비스도 중단 등 미국의 압박도 어느 정도 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화웨이 일부 칩과 기술 판매를 승인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양국 사이에서 멍 부회장 석방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 또한 있다.

쑹루정 푸단대학 국제관계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중 양국 사이의 최대 논란거리가 사라졌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2018년 부과한 보복관세 철폐를 포함해 다른 분야의 추가 협력의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멍 부회장이 '국민영웅'으로 추앙받는 것도 화웨이에겐 긍정적 요소다. 멍 부회장의 "조국이 자랑스럽다"는 귀국길 외침이 중국 내 애국주의나 민족주의와 결합돼 화웨이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화웨이의 내수 비중은 미국 제재 3년째이던 지난해 15.4% 늘어난 65.7%까지 상승했다.

중국 정부도 화웨이에 힘을 실어줄 명분이 뚜렷해졌다. 중국 입장에선 멍 부회장이 미국의 공격에 굴하지 않고 3년 가까이 타국에서 조국의 명예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중국이 지방정부에 5G(5세대) 기지국 확대 등을 지시한 것도 화웨이 살리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영 매체는 멍 부회장 귀국을 생중계하며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당장의 미중 관계 개선이나 화웨이 제재 완화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반도체는 미중 경쟁의 핵심이고 미국이 쉽게 이러한 분야에서 상대국의 숨통을 열어주긴 힘들 것이라는 논리다.
미중 갈등은 반도체 등 기술뿐만 아니라 군사, 외교, 우주 등 전방위적이며 상당기간 지속됐다. 중국은 2035년 미국을 뛰어넘겠다며 '굴기'까지 천명해 놓은 상태다.


미 우드로윌슨센터 산하 키신저미중연구소의 로버트 댈리 소장은 "미중 간 불신이 심각해 이번 석방 자체가 미중 관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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