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군, 강제추행 확인"
공군 소속 여군 부사관이 강제추행을 당한 뒤 극단 선택을 했지만 군에서 '스트레스로 의한 자살'로 둔갑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15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8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A 하사가 지난 5월 11일 사망했다"며 "공군 8전투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찰이 A 하사에 대한 가해자인 B 준위의 강제추행 자백까지 받아놓고도 A 하사의 성폭력 사건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여군 부사관 A씨는 5월11일 오전 8시48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A씨는 부서 상관인 B준위와 주임원사에 의해 발견됐다. B씨는 A씨가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일 오전 7시33분부터 23회에 걸쳐 A씨에게 전화하고 연락이 닿지 않자 7시57분쯤 직접 영외에 있는 피해자의 숙소를 찾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군인권센터는 "이후 B씨는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한 뒤 컴퓨터 책상에 있던 A4용지와 노트를 들고 집안을 수색하는 등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행동을 이어갔다"며 "황당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제8전투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A씨 변사사건 수사와 별개로 B씨와 주임원사를 공공재물손괴, 공동주거침입, 주거수색으로 수사한 뒤 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군인권센터는 "제8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변사사건 수사 초기에 B씨를 소환해 A씨와의 관계, A씨에 대한 감정, 사적 만남과 연락 여부 등을 집요하게 캐물었다"며 "이때 가해자는 A씨의 볼을 두번 잡아당기는 등의 강제추행을 했다고 자백하고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점도 진술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그런데도 제8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A씨 변사사건 수사결과에 강제추행 관련 사실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센터에 따르면 8비행단 군사경찰이 내린 결론에는 "체계 불안정에 따른 업무 과다, 코로나19로 인해 민간보다 제한되고 통제되는 군대의 삶, 보직변경의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만 담겼다.
군사경찰은 A씨 사망 이틀 전인 5월9일 낮 12시20분쯤 B씨가 A씨를 불러내 자신의 차에 태운 다음 20분 정도 있었으며 이후 A씨와의 통화 기록을 삭제하고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다른 기록으로 덮은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스물여덟살이나 어린 A씨의 숙소를 홀로 방문하거나 먹을 것을 사주겠다며 근처에 간 것이 최소 일곱 차례 확인됐으며 A씨에게 업무와 관계없는 메시지와 전화를 했다고 군인권센터는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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