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술료 분쟁의 전환점이 된 ETRI-퀄컴간 기술료 협상 문제를 지적하는 1999년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의 국정감사 발언이다. 퀄컴이 CDMA 공동개발 파트너인 ETRI에 배분해야 할 로열티 수익을 독식하다 우리 국회에 딱 걸린 것이다.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국회 퀄컴대책반'을 구성해 우리 정부 뿐 아니라 미국 의회와 행정부, 퀄컴에 불공정한 기술료 계약에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ETRI는 2001년 ICC에서 승소해 2억달러 이상 기술료를 돌려받았다. 어린 기자시절 국회의원이 멋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신나는 일이었다.
한국 인터넷망을 쓰면서, 망 이용 대가는 낼 수 없다고 주장하는 넷플릭스를 보면서 데자뷔를 느낀다. 세계 최고 IT인프라 강국이라는 자부심은 있지만 실속이 없는 것 아닌가. 인터넷망 구축 비용은 우리 기업이 냈는데 돈은 넷플릭스가 챙기고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은 망 사용료 문제를 챙기라 했는데, 정부는 해결 의지가 있는가. 20년 전 여야없이 퀄컴을 다그쳤던 우리 국회는 2021년 넷플릭스 문제를 어찌 대응하고 있는가.
며칠 전 넷플릭스의 부사장이 한국을 다녀갔다. 국회,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두루 만나면서도 정작 협상 상대방은 쏙 빼놨다. 망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국회의원 앞에서는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라는 일종의 콘텐츠 물류센터를 설치했으니, 망 사용량이 줄었다며 또 동문서답을 했다. 자기들 비용 아끼겠다고 물류센터 만들어놓고, 한국 인터넷 망 사용료를 못 내겠단다.
이미 3년전 부터 주장하던 똑같은 논리를 들고, 협상 상대방은 만나지도 않을거면서 넷플릭스 부사장은 한국에 왜 왔을까? 넷플릭스 부사장은 우리 정부나 국회에 20년 전 분위기가 있는지 떠보러 온 것은 아닐까? 혹시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들고 돌아갔을까?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문제를 더이상 기업간 협상과 소송에만 떠넘기지 않았으면 한다. 통신망은 기업이 만들고 운용하지만 대한민국의 인프라다. 국회는 올해 안에 신속히 넷플릭스법을 만들었으면 한다. 필요하다면 대책반도 만들어 대한민국 인프라의 제값받기를 지원했으면 한다. 넷플릭스 부사장이 "한국 국회와 정부의 분위기가 만만찮다"고 보고해 한국의 망 사용료 입장을 고쳐먹도록 말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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