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증산 서두를 이유없다"
국제유가 상승 압박 더 심해져
"비축유 풀자" 협력국가에 요청
미중 정상회담서도 제안한 듯
석유기업은 "지금 가격은 정상"
국제유가 상승 압박 더 심해져
"비축유 풀자" 협력국가에 요청
미중 정상회담서도 제안한 듯
석유기업은 "지금 가격은 정상"
미 경제매체 CNBC는 17일(현지시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측근들이 한국과 일본, 인도 같은 가까운 협력국가와 더불어 중국에게도 비축유 방출을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해당 국가에 비축유를 풀자고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떠한 다른 결정도 나오지 않았다.
■OPEC 외면··· 韓中日에 손 내밀어
일본이 해당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다른 국가들의 사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바이든이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가운데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이번 보도와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은 몇 주 동안 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고, 그 가격이 세계 경제 회복을 저해하지 않도록 에너지 소비국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미 정부가 우방을 포함해 중국에까지 이러한 요청을 하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제 유가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개방과 수요 증가로 인해 지난달 7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OPEC+' 국가들은 바이든의 추가 증산 요청에도 매월 일평균 40만배럴만 증산한다고 선을 그었다. 모하마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16일 인터뷰에서 "올해 12월이면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기 시작한다"며 증산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 규모(7억2700만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발표에서 전략비축유를 방출해 휘발유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 민주당 상원의원 12명도 지난 8일 바이든에게 서한을 보내 전략비축유 방출을 요구했다.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각국의 비축유 방출 논의가 보도되자 17일 각각 2.6%, 2.97%씩 하락해 배럴당 80.28달러, 78.36달러에 거래됐다. 특히 WTI 가격은 지난달 7일 이후 가장 낮았다.
■바이든 "석유기업 적대행위 증거"
바이든 대통령은 엑손모빌, 셰브론 등 석유기업에 대한 초강도 조사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은 17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리나 칸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에너지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적대적인 행위를 한다는 증거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FTC는 대통령 지휘권에서 분리된 독립 기관으로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하게 독과점 및 불공정행위를 조사한다. 바이든은 서한에서 미국 내 비정제유 가격이 지난달 5% 이상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정제를 끝낸 소비자용 휘발유 가격은 3% 올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설명할 수 없는 가격 차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평균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며 에너지 기업들의 수익이 계속 커졌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칸에게 "소매가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FTC도 대변인을 통해 "해당 문제를 우려하고 있으며 조사중이다"고 밝혔다.
다만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든의 주장에 고개를 젓고 있다. 미 시장조사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는 지난 10년간 휘발유 가격을 월간 단위로 조사해보니 비정제유 가격이 내려갈 때 소매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13차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 컨설팅업체 래피디언에너지그룹은 소비자용 휘발유는 비정제유에 다른 화합물을 혼합하여 생산한다며 지금 가격 차이가 바이든의 주장과 달리 정상적인 범위 안에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최대 로비 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의 프랭크 마키아롤라 선임 부사장은 "정부는 매일 감독받고 감시당하는 시장을 조사하거나 OPEC에 매달리기보다는 미국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안전하고 책임 있는 개발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는 미 정부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직후 휘발유 가격이 오르자 이번과 비슷하게 정유업계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했지만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한 바 있다고 우려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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