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관료제는 안녕들하십니까.'
중국에서 실명 고발이 또 터져 나왔다. 법원 고위 간부에게 '성적 노리개'가 됐다는 여성의 폭로이다. 그녀는 남편의 억울한 옥살이를 해결하려고 간부를 소개 받았지만, 돌아온 건 성적인 착취였다.
22일 중국 장쑤성 옌청시의 여성 둥모씨는 이같은 사실을 사진과 함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폭로했다. 매체 보도로 여론이 악화하자 시 기율위는 문제의 간부를 직무 정지시키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다.
공개된 폭로문은 ‘누명을 쓰고 억울한 사건에 연루된 옌청 둥밍밍’이란 아이디로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둥씨의 남편 텅창청과 동생 덩밍밍은 옌청 법원 간부 뤄전에 의해 “건국 이래 최대 흑사회(범죄조직)”로 몰려, 각각 19년과 21년 형을 판결 받았고 집에 빚이 쌓여 패가망신하고, 집은 몰수 당했으며, 자신과 세 아이는 곧 의지할 곳도 없어지는 데다가 심지어 강제로 법원 고위 간부의 ‘노리개’가 됐다”고 한다.
둥씨는 실명 고발과 함께 법원 간부 뤄전과 메신저로 나눈 대화를 캡처한 사진을 첨부했다. 대화에는 “당신이 오지 않아 내가 또 취했다” “나는 당신을 위하는데, 당신은 나를 몰라라 한다” “최근 일이 생겨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위로가 필요하다. 당신 올 수 있나?” 등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안경을 쓴 한 중년 남성이 여성과 입 맞추는 사진까지 함께 게재했다.
중국 충칭시 인터넷 매체 ‘상유신문’이 피해자 둥씨를 만나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둥씨는 친구를 통해 옌청시 팅후구 법원의 정치부 간부 뤄전을 소개 받았다. 안면을 튼 뤄전은 늘 둥씨에게 술자리 배석을 요구했고 희롱했다. 결국 둥씨는 공개 실명 고발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게 됐다. 둥씨가 사진을 웨이보에 올린 날 뤄씨가 둥씨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왔으나 두려움에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신문 보도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옌청시 팅후구 감찰조직인 기율위는 22일 오전 “전날 오후 팅후구 법원 직원 뤄모씨와 관련된 인터넷 여론을 발견한 뒤 이번 사안을 고도로 중시, 조사에 착수했다”며 “현재 팅후구 법원 정치부 부주임 뤄전은 이미 직무를 정지 당했고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지했다.
앞서 중국에선 지난 2일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장가오리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해 세계적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감찰 당국이 반(反)부패 조사를 위해 실명 투서를 장려하고, 여기에 SNS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 둘을 결합한 고발이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정착되는 분위기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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