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총 순매수액 이미 훌쩍
잔액 207조 넘어 사상 최대
주식 30조 팔 동안 국채 쇼핑
올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원화채를 100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은 주식 시장에서 국내 주식을 30조원 가깝게 팔아치웠지만 원화채 쇼핑에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잔액 207조 넘어 사상 최대
주식 30조 팔 동안 국채 쇼핑
■108조원 순매수, 잔액은 사상 최대
28일 코스콤체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외국인이 올해 순매수한 원화채 규모는 10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73조9000억원)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원화채 잔액은 지난 9월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국고채 금리가 급등한 10월에도 원화채를 4조원 넘게 사들인 데 이어 이달에도 4조6000억원어치(24일 기준)를 사들였다.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채 잔액은 24일 기준 207조6791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은 지난 1월 말 7.3%에서 9.3%까지 확대됐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 채권 투자는 인기가 없다. 금리가 향후 오르게 되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 평가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조6882억원에 달한다.
금리 인상기 채권 투자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님에도 국내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유입이 꾸준한 데는 △한국의 우량한 신용도 △선진국 대비 높은 한국 국고채 금리 △외국인투자자 대부분이 해외 연기금 및 중앙은행이라는 데 있다.
■해외 연기금·중앙은행, 韓 원화채에 꽂힌 이유는
우리나라 채권 시장에 들어오는 해외 연기금과 중앙은행은 안정적 자금 운용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사고팔아 매매차익을 누리기보다 높은 금리의 원화채를 보유함으로써 만기에 수익률을 향유하는 것이 목적이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60% 이상이 해외 연기금과 중앙은행"이라면서 "이들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10년물 국고채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우량한 신용도와 국고채의 비교적 높은 금리 수준은 외국 기관들에 강한 투자 동인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동일한 신용도(AA급)를 보유한 국가 대비 금리 수준이 수 배나 높은 편이다. 금투협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5일 기준 연 1.933%를 가리키고 있다. 10년물은 연 2.348% 수준이다. 반면 동일 등급의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0.9%대이다.
대만의 10년물 금리 역시 0.5%대로 제로 금리에 머물고 있다. 즉 해외 기관들은 한국의 금리 방향성보다는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 한국의 채권 수익률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점점 낮아지는 韓 CDS 프리미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낮아진 점도 원화채 매력도를 높이는 요소다. 지난 연말 22bp(1bp=0.01%p)이던 한국 CDS 프리미엄은 11월 현재 18.9bp로 3.04bp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일본은 2.65bp 오른 17.8bp, 중국은 21.30bp 오른 49.3bp를 가리키고 있다.
CDS 프리미엄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CDS는 부도 때문에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 역시 국가가 발행한 채권원금이 부도로 상환되지 못할 경우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를 말한다. 국가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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