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렌털카 예약이 하늘에 별 따기가 되고 있다.
자동차 생산 차질로 렌털카 업체들이 제때 신차를 구입하지 못해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요 실종과, 반도체 부족에 따른 신차 생산 부족 후폭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 최근 렌털카 요금이 치솟고, 선택 폭도 좁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나마 높은 값을 내고라도 차를 구하면 다행이지만 렌털카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팬데믹 후폭풍이다.
렌털카 부족 문제는 허츠글로벌홀딩스 같은 렌털카 업체들이 팬데믹 초기 수요 실종 여파로 보유 중이던 자동차들을 대거 중고시장에 내다팔면서 심각해졌다.
백신 접종이 늘면서 여행 수요가 되살아나자 가뜩이나 부족했던 렌털카 공급은 심각한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것 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렌털카 회사에 남아있는 차 중에서 골라야 한다. 원하는 차종보다 크기가 작은 차, 여행 용도에 맞지 않는 차 등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못된다.
이미 12월이 연말 휴가철을 맞아 연중 렌털카 가격이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시즌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가운데 이달 미국에서 렌털카를 하루 빌리는 비용은 1년 전보다 31% 폭등했다.
팬데믹 이전 12월 하루 평균 렌털카 임대료는 41달러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81달러로 치솟았다.
날씨가 따뜻해 휴양지로 각광받거나 스키 등 겨울 스포츠로 유명한 곳에서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와이 마우이섬,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 몬태나의 보즈먼 등에서는 연말 렌털카 비용이 하루 100달러를 훌쩍 넘는다.
오미크론변이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 속에서도 여행 수요는 꺾이지 않은 반면 항공사들이 조종사·승무원 등 직원들의 오미크론 감염 확산으로 항공편을 대폭 축소한 여파가 렌털카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항공기를 이용할 수 없게 된 여행객들이 자동차를 빌려 목적지까지 가려고 여행계획을 바꾸면서 렌털카 수요가 더 늘고 있다.
렌털카 업체들은 차량 부족 사태가 해소될 기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반도체 부족 여파로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어 신차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수급 불균형 속에 막강한 가격결정력을 갖게 된 렌털카 업체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에이비스버짓그룹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렌털카 가격 상승세 덕에 사상처음으로 조정치를 기준으로 한 영업이익이 1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렌털카 업체들은 지난해 팬데믹이 터지고 봉쇄조처로 수요가 사라지자 자금 압박에 몰려 보유 중이던 자동차를 대거 매각했다.
허츠의 경우 3·4분기 현재 자동차 보유 대수가 약 39만대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말보다 13만대 적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