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장민권 기자】 SK하이닉스는 90억달러(약 10조8000억원) 규모의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가와 관련 "결코 비싸지 않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가격으로 낸드 사업을 강화할 기회를 얻은 만큼 향후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재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인텔의 1500명 정도의 엔지니어들이 갖고 있는 역량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며 "내부에서는 144단 개발은 거의 다 끝났고, 나머지 결과들로 좋게 나오고 있어 좀 더 자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중국의 반독점 심사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미국·한국·대만·영국·유럽연합(EU)·브라질·싱가포르 등 7개국이 기업결합 승인을 내린 가운데 인수 승인을 기약 없이 미루던 중국도 연내 승인을 결정하면서 8개국 승인을 모두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인수대금 90억달러 중 1차로 70억달러를 지급해 인텔 인수 1단계 절차를 마쳤다. 2025년 3월까지 추가대금 20억달러를 지급해 낸드 웨이퍼 설계·생산 지식재산권(IP), 연구개발(R&D) 인력 등을 넘겨받으면 인수가 사실상 최종 완료된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도 "초기에 (인텔과) 가격 차가 매우 컸었다. 가격 협상이 저희들 입장에선 나쁘지 않게 됐다. 향후 이 회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에 비하면 충분히 적당한 가격에서 산 것"이라면서 "그건 앞으로 사업을 하면서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사장은 "인텔 낸드 인수는 SK하이닉스가 낸드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SK하이닉스는 아직 모바일에 치중돼 있다. 인텔은 SSD, 엔터프라이즈용이어서 기술 포커스가 다르다"고 부연했다.
그는 "보통 메모리가 1 플러스 1을 하면 2가 잘 안된다"면서 "(인텔 인수가) 2에 가까운 시너지를 갖고 올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경영권 딜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마침 인텔이 메모리사업을 밖에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운이 좋았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적절한 가격에 낸드를 강화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인텔 인수를 조건부 승인한 것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 사장은 "특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면 못 받았을 것"이라며 "다만 다른 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는 눈초리가 있는데, 의혹들은 없다. 중국 고객들을 차별화하지 않겠다는 큰 줄기에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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