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962억원 과징금 부과
어느 장단에 맞추란 건가
어느 장단에 맞추란 건가
업계 주장대로 해운업 공동행위는 지난 40여년간 법상으로 인정됐던 사안이다. 과거 글로벌 대형 선사들은 가격경쟁으로 중소 선사를 도산시킨 뒤 운임을 대폭 올려 화주와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 이를 해소한 것이 1974년 해운업 담합을 관행으로 인정한 유엔 정기선 헌장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 해운법에 이를 반영했다.
해양수산부 역시 공정위 조치에 유감을 표하며 반발하고 있다. 해운법상 선사들은 공동행위를 30일 이내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업체들 신고가 120여차례나 제대로 안됐다는 주장이지만 해수부는 다르다. "해당 기간 19건 공동행위가 모두 신고됐고, 122건의 세부협의는 신고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해수부 판단이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도 지난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해운업 특성상 항로, 화물 변화가 있을 때마다 신고하면 경우의수는 굉장히 커져 세부행위는 신고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니 주관부처를 믿고 사업한 것인데 불법이 말이 되느냐며 업계가 울분을 토하는 것도 당연하다.
공정위 과징금은 여러 파장을 예고한다. 향후 한~일, 한~중 노선으로 과징금 부과가 이어질 경우 국적선사의 글로벌 경쟁력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 중소 선사들은 도산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내 업체들이 도태되는 동안 반사이익을 얻는 쪽은 해외선사다. 국내 규제를 피해 해외선사들이 부산항 등 국내 항만을 건너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운업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은 당국의 원칙적 금융논리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졌다. 해운 역사상 가장 뼈아픈 사건이었다. 당시 해운업 이해를 촉구했던 해수부 측 주장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업계는 공동행위에 대해 해수부로 감독권이 일원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공동행위 규제를 공정위가 아닌 해수부가 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가 속히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부처 간 혼선으로 업계가 범죄집단이 돼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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