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외교적 보이콧 넘어 경제·군사·외교 등 전방위 확산
- 중국은 이중잣대, 보복 조치, 무책임한 발언 등 강경 대응
- 유엔 안보리 대북 추가 제재 무산 시킨 中에 보복, 올림픽 성공 개최 견제
- 중국은 이중잣대, 보복 조치, 무책임한 발언 등 강경 대응
- 유엔 안보리 대북 추가 제재 무산 시킨 中에 보복, 올림픽 성공 개최 견제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베이징동계올림픽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외교적 보이콧(개·폐회식 정부 사절단 불참) 문제를 넘어 경제, 군사, 외교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이 올림픽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시기에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미국의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정부는 이중잣대, 보복 조치, 무책임한 발언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23일 중국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혐의의 상세한 내용은 거론하지 않은 채 미사일 기술 확산 활동에 관여했다며 중국 기업 3곳에 제재를 가했다. 해당 기업은 중국항천과기집단 산하기관 2곳과 바오리과기공사 등 3곳이다. 이들 기업들은 미국 시장 접근이 금지되고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획득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이중잣대’로 규정하며 제재 철회를 촉구하면서 보복을 예고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각종 핑계를 들어 중국 기업을 제재·압박하는 것은 전형적인 따돌림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이날 담화형식으로 “미국은 아무런 근거 없이 ‘날조된’ 이유로 중국 기업에 대해 마구 제재를 가했다”면서 “앞으로 필요한 조처를 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화상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규탄하면서 중국 대응을 위한 양국 공조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경제협력 심화를 목표로 한 장관급 별도 회의체 신설에 합의하고 중국의 동·남중국해 진출과 홍콩·신장 인권 문제 협력,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양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했을 때 엄정한 교섭이라는 표현을 쓴다. 동·남중국해와 신장, 홍콩 등은 중국이 결코 양보하지 않는 핵심 이익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에 대한 일본의 충성도 시험”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미국 교통부는 이달 30일부터 미국발 중국행 중국 항공사 항공편 44편에 대해 무더기 운항 중단 조치를 내렸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미국 국적기의 중국 입국을 차단 것에 ‘맞불’ 성격이다. 반면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중국 항공사의 정상적인 여객 운송을 제한하고 방해하는 조치를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은 그 속도와 횟수, 강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의 잇따른 공격성 조치는 우선 지난 2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에 ‘보류’ 의견을 내며 사실상 무산시킨 중국에 대한 보복 성격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컨센서스)를 통해서만 의사결정을 한다. 이 중 1개국이라도 반대하면 미사일 개발 관련자들의 안보리 제재 대상 추가는 불가능하다.
올림픽과 연결 고리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의 치열한 대립은 한반도 인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축제에 찬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새해 들어 북한과 물류를 재개하고 북한의 미사일 연속 발사에도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올림픽이 세계인 화합의 장으로 성공 개최될 경우 미국 입장에선 반중국 포위망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을 수도 있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동맹국에게 사실상 요구한 것도 정상적인 올림픽 개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아울러 올림픽 이후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다지기가 다음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만약 올림픽이 반쪽짜리로 끝나면 중국의 내부결속은 그만큼 더뎌지거나 반감될 수 있다. 중국 내 권력 정리가 끝난 뒤엔 보다 적극적 대외 전략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 경제자문기구인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장모난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디지털 냉전 대비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전체 정부 차원에서 ‘좁은 마당, 높은 울타리’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보도했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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