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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인증 중고차시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3 18:25

수정 2022.01.23 18:25

모두 23곳에 이르는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벤츠의 인증 중고차 매장 중 부산 사직오토랜드 전시장 광경. 사진=뉴스 1
모두 23곳에 이르는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벤츠의 인증 중고차 매장 중 부산 사직오토랜드 전시장 광경. 사진=뉴스 1
외제차를 중고로 구입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놀랍게도 신차보다 중고차 시장이 더 크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거래는 연간 220만~230만대로, 약 27조원 규모였다. 신차 판매 시장의 1.65배 정도라고 하니 알만하다.

완성차 제조사가 중고차까지 사고파는 것을 '인증 중고차 제도'라고 한다.
벤츠·BMW·아우디 등 흔히 말하는 독일 3사는 물론 테슬라·포르쉐·볼보·렉서스·재규어·랜드로버·마세라티·페라리·람보르기니 등 대부분의 유명 수입차 브랜드가 자체 인증 중고차 시장을 운영 중이다.

일례로 렉서스 신차를 구매하려다 가격이나 모델, 차량 인도 시기가 맞지 않아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딜러가 동일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 구입을 권하기도 한다. 보증수리, 금융, 멤버십 등 신차와 동일한 각종 서비스 제공이 특징이다. 무려 191가지에 이르는 세세한 차량검증 목록은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담보로 여겨진다. 타던 차를 팔려고 내놓을 때도 마찬가지다.

인증 중고차 시장을 통해 중고차의 가치를 유지할수록 신차 가격과 판매에 유리하다. 2017년식 제네시스 G80의 감가율은 신차 대비 30%가 넘지만, 벤츠 E클래스는 20%대에 그친다. 제조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시세보다 10% 이상 더 많이 받는다. 소비자는 중고차 구입에 따른 불안감에서 해방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최근 매장 부지를 발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막혔던 시장 진출이 2019년 만료되면서 정부의 최종 승인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중고차 업계는 반발하지만 수입차와 달리 국내 제조사의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모든 브랜드의 진출을 승인해 시장에 충격을 주는 대신 현대차 제네시스 등 외제차와 대등한 프리미엄급 차량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제한적으로 먼저 허용하는 것도 파장을 축소할 한 가지 방법인 듯하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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