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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아픈 지구를 위한 치유의 공간, 습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3 18:45

수정 2022.02.03 18:45

[차관칼럼] 아픈 지구를 위한 치유의 공간, 습지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다. 추운 겨울 논두렁을 따라 가다보면 작은 웅덩이가 나온다. "둠벙"이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조성된 작은 물웅덩이를 이르는 방언이다. 이 자그마한 곳은 송사리, 미꾸라지 등을 볼 수 있어 마을 꼬마들의 놀이터가 되곤 했다.
이 작은 물웅덩이가 생물체의 보고이며 아픈 지구를 치유하는 작은 공간인 습지이다.

습지란 토양과 물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민물, 기수(汽水) 또는 바닷물이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 전 세계 생물종의 약 40%가 습지에 기대어 살고 있다. 우리 인간들도 10억명 넘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으로 습지를 이용하고 있다. 람사르협약 보고서(2018)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습지의 35%가 소실됐다고 한다. 또한 습지의 소실은 생물다양성 감소도 가져와 전 세계 생물종의 4분의 1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런 지구적인 문제에 대응하고자 국제사회는 습지 보전을 위해 훼손습지 복원, 대체습지 조성, 습지의 토지이용 변화 예방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2월 2일을 '세계 습지의 날'로 정해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고, 습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고취하고 있다. 올해는 '사람과 자연을 위한 습지 행동'이라는 주제로 습지의 가치를 높이고, 잘 관리하고, 복원하고, 사랑하는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런 국제사회 노력에 발맞추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정부는 작년 1월에 습지보전법의 습지에 하천을 포함했고, 올해부터 하천 관리가 온전하게 일원화됨으로써 하천습지의 효율적인 보전과 관리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둘째, 습지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면서 기후위기에도 대응하기 위해 자연기반해법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습지보호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훼손된 지역은 복원해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댐 유역의 홍수터와 하천 수변구역의 매수토지를 활용해 식생을 복원해 나간다. 습지생태계를 활용해 탄소흡수량을 늘려 기후위기에 대응해 나가자는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갯벌은 연간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자동차 11만대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 규모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즉 블루카본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신규 블루카본 자원을 발굴하고 바다숲 조성, 갯벌 식생복원 등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지구는 현재 6번째 대멸종을 걱정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지구상의 약 870만 생물종 중 매일 150~200종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생물종의 15~37%가 멸종할 것으로 예측한다.
6번째 대멸종은 우리 인간들이 지구를 독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즈음에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습지를 보전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은, 우리가 후손들을 위해 지금 즉시 행동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습지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주변의 습지를 보전하는 작은 일부터 실천함으로써 우리 후손들도 둠벙과 같은 작은 습지에서 다양한 생물종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건강한 삶을 희망해 본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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