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 강의 죽음
어찌된 영문인지 전 애인들은 신혼여행지까지 찾아와 그들의 파티 속에 합류하게 됐고, 이들 외에도 겉보기엔 이 커플을 축하하는 듯 보이나 리넷의 재력을 경멸하는 대모, 리넷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촌 등 그들을 시기하는 수많은 이들도 파티 행렬에 함께하게 됐다. 그리고 여기에 우연인 듯 명탐정 '포와로'가 함께한다. 수년 전 오리엔트 특급열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함께 해결한 바 있는 '부크'를 만나 그와 함께 우연찮게 이 신혼여행 파티에 함께하게 된 것. 그리고 나일강 위 유람선 '카르낙 호'에서 며칠째 파티를 이어가던 중 어김없이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모두가 범인으로 의심되는 가운데 포와로가 나설 때가 됐다. 하지만 포와로가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심문을 이어가던 중 또다시 예상치 못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추리소설계의 전설적인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1890~1976)가 실제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이고 세련된 영상미로 볼거리도 가득하다. 1930년대 이집트를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세트의 스케일과 의상이 돋보인다. 이미 원작이 스포일러이기에 어떻게 표현해내느냐가 가장 관건인데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영화의 편집과 구성이 짤 짜여져 몰입감을 더했다. 배우들의 앙상블 또한 시너지를 내면서 캐릭터 각각의 입체감을 부여했다.
애거서 크리스티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며 주인공인 '포와로' 탐정 역을 소화하는 동시에 메가폰을 잡은 케네스 브래너는 전작 '오리엔트 특급살인' 보다 더욱 발전한 연출 실력을 보여줬다. 전작이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에 집중하면서 늘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의식한 듯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전형적인 탐정물의 구성 방식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탐정물의 클리셰가 겹치면서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준다. 9일 개봉.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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