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지뢰 설치 후 자폭...우크라 병사는 목숨바쳐 러시아군 진격을 막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7 09:50

수정 2022.02.27 09:50

25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
러시아 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지뢰 설치 작전 뒤 자폭을 선택한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군 페이스북 갈무리
러시아 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지뢰 설치 작전 뒤 자폭을 선택한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군 페이스북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한 우크라이나 병사의 희생이 러시아 기갑부대의 진군을 늦췄다.

우크라이나 군은 25일(현지시간)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 해병대 공병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가 남부 헤르손주 헤니체스크 다리를 폭파하는 작전에 투입됐다가 숨졌다고 밝혔다.

헤니체스크 다리는 크림 반도에서 우크라이나 중심 내륙으로 이어지는 요충지로,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다리를 폭파해 러시아 기갑부대의 진입을 막을 계획이었다.

볼로디미로비치는 다리에 직접 지뢰를 설치하겠다고 자원했다.
그는 지뢰 설치 작전을 완수했지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만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지뢰를 모두 설치한 뒤 자폭을 선택하겠다고 본대에 연락하고 숨졌다.

그의 영웅적 희생은 러시아군의 진격을 현저하게 늦췄다. 부대가 방어선을 재구축할 수 있는 시간도 벌어줬다. CNN 등 외신은 이 다리가 폭파되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본토로 진격하기 위해 더 긴 경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 사이 우크라이나 군은 방어선을 재구축할 시간을 벌었다.

볼로디미로비치는 자폭하기 전 군대에 있는 자신의 형제들에게 연락을 취해 다리를 폭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형제들은 "우리 형제가 살해당했다. 살아있는 한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졌다고 우크라이나 군 측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볼로디미로비치에게 국가 포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25일(현지시간) UN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에 대해 발언하는 세르히 키슬라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의 모습. /뉴시스/AP /사진=뉴시스 외신화상
25일(현지시간) UN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에 대해 발언하는 세르히 키슬라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의 모습. /뉴시스/AP /사진=뉴시스 외신화상
볼로디미로비치의 희생은 이날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서도 언급되었다.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뒤 눈물을 흘리며 "러시아 탱크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파괴하기 위해 젊은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희생했다"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지난 23일 우크라이나의 동·남·북쪽에서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가했으며, 이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함락하기 위해 진격 중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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