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올해 첫 기획전… 이안 쳉 '세계건설(Worlding)'전
AI·게임엔진·인터랙티브 기술 통해 인간 의식의 본질 탐구
AI·게임엔진·인터랙티브 기술 통해 인간 의식의 본질 탐구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미국의 비주얼 아트 작가 이안 쳉(38·사진)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신의 눈을 갖게끔 했다.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이 올해 첫 단독 기획전의 자리에 초대한 30대의 젊은 작가의 관심은 온통 '인간의 의식'이다.
리움미술관은 지난해 10월, 1년 7개월여 만에 재개관하며 4년 6개월만에 내놓은 기획전 '인간, 일곱개의 질문'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첫 기획전이자 재개관 이후 두번째 기획전으로 이안 쳉의 '세계건설(Worlding)'전을 3월 2일부터 공개한다. 이번 전시에는 쳉이 2015년부터 내놓은 '사절(Emissaries)' 시리즈 3부작과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에 걸쳐 제작한 'BOB(Bag of Beliefs)'를 비롯해 신작 'BOB 이후의 삶: 찰리스 연구'까지 그가 작가 활동을 하며 선보인 5개의 작품 전체를 소개한다.
쳉은 인공지능(AI)과 게임 엔진을 사용해 가상 생태계를 만드는 영상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를 통해 신이 세계를 창조하듯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인간 의식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했다. 전시는 작품의 제작 순서대로 구성됐다. 그의 초기작 '사절' 3부작 시리즈가 먼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성된 가상의 생태계 속에 인공지능이 삽입된 주인공 '사절'이 환경 속에서 환경과 다른 인물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오토 플레이' 모드로 실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절' 3부작 이후 소개되는 작품 'BOB'는 인간 의식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한 사람에게 여러가지 모습이 있고 상황마다 다른 면이 나타나는 것처럼 컴퓨터 그래픽 속에서 움직이는 뱀 형상의 'BOB'는 다양한 동기를 가진 복수의 AI들로 구성돼 있다. 관객들은 작품과 연결되는 앱에 모바일로 접속해 BOB에게 신념을 심어주는 아이템을 공급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BOB의 성격이 형성되는 양상을 지켜볼 수 있다. 신작 'BOB 이후의 삶: 찰리스 연구'는 일종의 다중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먼 미래 BOB가 진화한 사회를 가정하고 진화된 BOB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애니매이션을 감상한 이후 관객들은 링크를 통해 접속해 애니메이션 정보를 직접 클릭하며 볼 수 있는 '월드워칭' 모드를 체험하며 작가가 구현한 영상 속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전시를 앞두고 방한한 이안 쳉은 "어릴 때부터 게임 '심즈'와 '심시티'를 즐겨하면서 영향을 받았고 특히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하부 인격' 이론, 심리학자 에릭 번의 '인생각본' 이론에 영향을 받았다"며 "제가 작품의 환경과 캐릭터를 창조하지만 작품 안에서의 전개는 제가 모두 컨트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쳉은 "어릴적 LA에 살면서 바닷가 바위 틈의 고인 물에서 작은 게와 물고기, 조개와 수초들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끊임없이 바라봤었는데 그 안에서 하나의 작은 세계가 자동으로 구현되는 걸 보면서 머릿속에 상상을 더해 생각하고 탐구했던 것이 작품의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태현선 리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궁극적으로 리움은 지난 기획전에서 제기했던 '인간'에 대한 이야기 너머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모습과 전망까지 짚어보고자 했다"며 "그간 애니메이션이나 디지털을 활용한 작품은 현대미술에서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크게 다루지 못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리움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리움은 오는 7월 3일까지 이안 쳉의 전시와 한국의 젊은 작가 8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그룹전 '아트스펙트럼 2022' 전시로 상반기 공간을 채우고 이후 9월부터 11월까지 증강현실(AR)을 주제로 한 전시와 동시대 미래사회 문제에 대응하며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아시아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그룹전 '구름산책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하반기엔 베니스비엔날레 등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중견작가 강서경의 대규모 개인전을 기획중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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