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마스크 미착용 시비 1168건
폭행·상해 634건… 대부분 벌금형
'방역 폭력' 처벌 강화 목소리 커져
폭행·상해 634건… 대부분 벌금형
'방역 폭력' 처벌 강화 목소리 커져
코로나19 장기화로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 됐지만 '노(No) 마스크' 난동 역시 끊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중교통 운전기사와 자영업자들이 마스크 미착용 시비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 수위는 약해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노마스크 시비 1168건 중 구속은 10건
2월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노 마스크' 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마스크 미착용 시비 사건은 1168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구속은 '100명에 1명' 꼴인 10명에 그쳤다. 가장 빈번히 발생한 유형은 폭행·상해 사건으로 634건에 달했다.
대중교통 내에서 발생한 467건에서는 특가법(133건)이, 대중교통 외에서 발생한 701건에서는 업무방해(151건)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구속된 이들은 각각 3명, 4명에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대중교통 내에선 운전 중이거나 정차한 운전자에게 폭행을 가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이 외에는 업장에서 자영업자를 방해한 경우가 많았다"며 "'노 마스크' 자체는 사건의 경위이고 실제 범행은 욕설, 밀침 등으로 가벼운 경우가 많아 구속 인원이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스크 미착용 관련 최근 판례 다수는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미착용으로 시비가 붙어 운전자를 폭행할 경우 특가법상 가중처벌로 최대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양형은 이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택시에 탑승한 뒤 피해자인 운전기사가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자 수 차례 욕설을 하며 때릴 듯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광주지법 순천지원도 지난달 14일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마스크 미착용 상태로 편의점을 방문한 B씨는 피해자인 편의점주가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요청하자 욕설을 하고 피해자의 옷을 잡아 찢어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속만 끓는 운전기사·자영업자들
운전기사와 자영업자들은 잇따르는 마스크 미착용 관련 시비로 고충을 겪고 있어도 이를 표출할 곳이 없는 실정이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관계자는 "마스크 미착용 승객으로부터 욕설 등을 들어도 이를 신고했다가 뒤이을 민원을 우려해 피해를 입고도 참는 운전기사들이 많다"고 밝혔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 역시 "대중교통에서 특가법상 가중처벌이 이뤄지듯 업장에 와서 '반(反)방역적 폭력'을 일삼는 이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 측에 수 차례 얘기를 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마스크 미착용 시비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본인이 당한 것이 아님에도 '언젠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자영업자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에 적법한 요청에 폭행 등으로 대응하는 행위에 대해 보다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스크 착용'이란 국가 방역수칙을 자영업자와 운전기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요청했음에도 이를 폭행, 욕설 등 불법적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일반 범행보다 그 죄질이 무겁다"며 "이러한 '방역적 폭력'은 재범의 위험성과 피해자에 대한 추가 위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구속 사유에 대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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