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경매법정 가보니
물건 40건 중 13건 낙찰에 그쳐
낙찰가율 반년새 15%p나 떨어져
높은 감정가 산정에 유찰 잇달아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로 다소 회복
물건 40건 중 13건 낙찰에 그쳐
낙찰가율 반년새 15%p나 떨어져
높은 감정가 산정에 유찰 잇달아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로 다소 회복
지난 2일 서울 도봉동 서울북부지법 법정동 1층 경매법정 앞 로비는 시끌벅적했다. 혼자 온 20대 여성부터 아이와 찾은 젊은 부부, 노부부까지 세대도 다양했다. 최근 주택 매매시장의 한파가 경매시장으로 옮아 찬바람이 불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입찰 참여자가 많은 편이었다.
■썰렁한 경매법정, 젊은 세대로 다소 회복
이날 오전 11시30분 개찰 시작을 앞두고 법정 안은 앉을 자리가 없었다. 경매법정만 20년 넘게 다녔다는 A씨는 "오늘 청년들이 많이 왔다"며 "저렴한 아파트·다세대 물건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입찰접수 마감을 앞두고 법정 안팎을 분주히 움직이는 신혼부부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경매법정은 처음인데 벽산 아파트 보러 왔다"고 했다. 이 부부가 말한 아파트는 서울 강북구 수유벽산 전용면적 63.78㎡(6층)로 지난 1월 한 차례 유찰된 물건이다. 이번 경매에는 감정가의 80%인 4억2400만원이 최저 입찰가로 나왔다.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해 11월 5억5000만원(1층)이다. 비슷한 층수는 지난해 8월 6억2700만원(5층)에 거래됐다. 시세 대비 30%가량 낮은 최저가에 이날 15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개찰 결과 최고가는 5억2336만원, 2순위는 5억2199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신혼부부는 눈여겨봤던 경매물이 취소돼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부부는 "휴가까지 쓰고 왔는데 싸게 나온 푸르지오 아파트가 취소돼 허탈하다"며 아쉬워했다. 부부가 찾은 아파트는 서울 성북구 꿈의숲푸르지오 전용면적 59.65㎡로 감정가 6억3600만원으로 최근 시세(8억6000만원)보다 26% 낮지만 경매 취소로 낙찰되지 못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시장이 지난해보다 안 좋은 것은 맞다"며 "다만 최근 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응찰자 수가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매매시장의 주택 실거래가는 부담되고, 가점이 부족해서 청약시장도 힘든 젊은 세대가 경매법정을 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정가보다 낮아야 낙찰 분위기
이날 서울북부지법 경매법정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평소보다 참여자가 많았지만 낙찰건수는 적었다. 총경매물건은 아파트 4건을 포함, 총 40건이었지만 13건만이 낙찰돼 낙찰률(물건 수 대비 낙찰건수) 32.5%에 그쳤다. 최근 부동산 경매시장은 집값이 고점이던 6개월 전과 비교해 완전히 가라앉은 상황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지난해 8월 117%를 찍은 이후 하락, 올 2월 102%를 기록했다. 특히 2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평균 97.3%로 1년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낙찰률도 지난해 7~11월 70%를 웃돌았지만 올해는 50%대까지 낮아졌다.
업계는 경매시장 침체 이유로 금리인상, 대출규제와 함께 경매시장의 감정가 산정방식을 꼽았다. 감정가는 최소 6개월 전의 시세가 기준이다. 현재 경매물건의 감정가는 지난해 부동산 활황기 가격이 반영된 셈이다. 실제로 이날 나온 길음뉴타운8단지래미안 전용면적 84.94㎡는 감정가 13억2500만원으로 최근 실거래가인 지난 1월 12억원보다 10% 이상 비쌌다. 반년 전인 지난해 8월 실거래가는 13억3000만원이다. 이날 아파트 중 유일하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그나마 낙찰된 나머지 3건의 아파트는 1차례 유찰로 최저가가 감정가보다 20% 낮았다. 이들 아파트는 모두 감정가 이하에서 낙찰됐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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