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개봉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는 그러한 경종을 다시금 울리는 작품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된 스펙터클한 대작도 아니고 어찌보면 뻔한 드라마이지만 경쟁으로 점철된 이 사회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꿈꾸게 하는 환상동화다.이야기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역)은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성격에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북한 말씨에 학생들은 그를 '인민군'이라 부르지만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학생 한지우(김동휘 역)가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이학성은 "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그 과정에서 이학성 또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OTT와 메가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면 흥행하기 어려운 요즘 영화판에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최민식이 3년만에 선택한 작품이 소위 말하는 대작이 아니라 소박한 학원물이라는 사실이 특별하다. 할리우드 영화 '굿 윌 헌팅'을 비롯해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드라마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구조의 이야기이지만 그가 함께함으로 특별해졌다. 세파에 지치고 찌든 마음에 잔잔한 위로와 초심을 생각하게 하는 이상한 수작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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