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레버리지가 되기도 하지만 과도한 '빚'은 앞으로 나갈 동력을 상쇄한다. '레버리지'가 될 것이냐, '빚'이 될 것이냐는 정책에 대한 견고한 계산과 분석, 상황에 맞춘 예측력에서 갈린다. 그런 면에서 매 정부에서의 '인사이트'는 낙제점에 가깝다. 탈원전과 계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태양광 에너지 사업은 한국전력의 치솟는 부채를 가져왔다.
물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적 흐름이 맞다. 하지만 '대세적 흐름'을 따라가는 단순한 논리로 국정 운영의 차트가 우상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태양광이 대세라고 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 태양광발전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제대로 계산되지 않은 태양광 사업은 펀드를 조성해 투자한 운용사, PF대출을 진행한 은행의 손실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 무디스 등이 나서 한전의 신용도를 우려하고 나섰다.
이번 정부뿐이 아니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을 도입하면서 주택금융공사의 MBS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주택금융공사가 보유한 MBS 잔액은 10년 전인 2011년 12월 말 31조2893억원(코스콤 CHECK 기준) 이었으나 10년 만인 2021년 12월 말 기준 147조8338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금리인상기 MBS는 잠재 부실 리스크로 부상한다는 점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MBS 가격은 떨어지고 자본손실로 이어진다. 자본손실이 발생하면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MBS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차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은 수자원 공사를 부채더미에 오르게 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공사는 한 해 이자비용만 4000억원이 넘어갔고 모두 국민세금인 정부 출자금으로 빚을 감당해야 했다. 자원외교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의 기조로 국가보조사업의 일환으로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던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는 완전자본잠식으로 지난 2018년 디폴트 위기에 몰렸다.
이쯤 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들은 정책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할지도 모를 일이다. 결코 나라에는 돈이 많지 않다. 모두 '빚'이다. 새 정부는 한철 공을 세우기 위해 찍어낸 채권이 우리 세대 혹은 아랫세대의 세금이 되어 청구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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