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지상전은 초지능·초연결 기반의 지휘통제와 감시·정찰이 결합한 네트워크 중심의 동시·통합전이 되리라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또 인명 중시로 인한 전투차량의 무인화 및 생존 가능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도시 지역의 발달로 시가전 및 대테러 작전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군은 이러한 미래 지상전에 대비해 2030년대 차세대 전차 체계개발을 착수해 2040년대 전력화를 계획하고 있다. 차세대 전차에는 핵심성능인 기동력, 화력, 생존력과 미래 지상전에 필요한 기술들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양상에서 시사하는 전략·전술적 승리의 요소 가운데 육군 전력의 핵심인 탱크 자체의 화력과 기동엔 지휘체계, 임무·통신·정보 등도 중요하지만, 그 외 식수와 전투식량, 피복, 유류 등 보급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대두해 이를 간략히 다뤄본다.
보급은 동서고금, 전·평시를 막론하고 군대의 유지 기동과 전쟁 발발 시 지속적이고 최종적인 승리를 가져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중단되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요소다.
훈련받은 군인도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고 전투 간 쌓이는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 소모와 스트레스, 피로를 해결해야만 지속적 전투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험준한 야지를 거침없이 누비고 다녀야 하는 탱크는 연료인 유류와 용도에 맞는 특화된 다양한 포탄, 탄약 보급 및 지속적인 기동을 위한 정비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전장에서 탱크는 멈추는 순간 적의 먹이가 되고 탑승인원은 고철더미로 전락한 탱크 안에서 외부보다 가중된 추위와 더위로 인한 전투력 상실로 탑승전투인원은 병들고 쇄약해져 사망에 이르기 쉽다.
그 때문에 그 국가의 군 지휘부는 보급을 지탱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기 전에 빠르게 승리를 거두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방어전의 경우라도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면서 그동안 전세를 뒤집기 위해 동맹국 전력투입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방법을 찾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보급이 전쟁을 지배하는 경우가 가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역사적으로 전투기술과 전술, 편제가 지속해서 발전해 왔으나, 보급의 경우 이를 소홀히 하거나 끊겨 승리를 반납한 사례가 수없이 등장하고 현대전에서도 보급은 여전히 전쟁 승리의 필수 불가결한 결정적 요소다.
전장에서 아군의 보급선이 끊어졌다는 것은 적에 의해 후방 보급선을 점령당하고 차단당했다는 뜻으로, 보급이 끊긴 아군으로선 이를 현지 조달하지 못할 경우, 가용한 전력을 모두 동원해 이를 탈환·확보하거나 적으로부터 완전히 포위 섬멸 고사당하기 전에 후퇴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사활을 건 위급한 문제다.
역시 세계 최강의 미군도 보급을 중요시한다. 세계 대전 시기의 미군 사병의 평균 육류섭취량은 유럽 중산층의 섭취량보다 많았다.
특히 보급품의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분화한 현대전에는 전투식량 및 병기와 피복 등과 기계를 움직이기 위한 연료와 탄약부터 수리와 정비를 위한 부품도 포함돼, 수송수단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보급에 대한 부담은 전·평시를 막론하고 군대 유지 및 작전 수립에서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고려사항이 됐다.
또 보급은 그 양 자체로도 엄청난 수준을 자랑한다. 이것은 전투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현대전에서의 보급량의 증가는 국가 총력전이 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냈으며, 현대의 국지전에서도 조금이라도 전황이 지체되면 초강대국도 보급 문제에 당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전투원 1만명이 싸우고 있다면 먹고 마시는 양과, 그 외 최소한의 위생을 위한 물품, 그리고 엄청난 양의 탄약과 연료, 유지 부품을 보내줘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보급하는 담당병력도 보급을 해줘야 하기에 병력이 늘면 늘수록 보급에 대한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전쟁과 전투에서 완전한 승리를 목전에 두고도 보급 부족으로 현지 주둔과 지배를 유지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후퇴함으로 인해 그동안의 승리를 반납해야 했던 사례는 인류의 전쟁 역사에서 수없이 등장한다.
대량의 물자를 소모하는 현대전에선 보급이 3일 이상 끊기면 사실상 전멸로 본다. 이는 기계화, 차량화된 현대의 군대는 보급이 끊기면 이런 기계장비들을 움직일 연료가 없어 후퇴 같은 이동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므로, 대부분의 중장비를 버리고 인원만 도보로 간신히 탈출하는 게 최상의 결과라고 볼 수준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보급에 관해선 앞으로 '밀리터리 동서남북' 시리즈를 작성하면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현존 전 세계 탱크 중에서 방어력과 화력, 정확도 및 기동성을 합한 점수를 기반으로 종합 평가하면 대체로 10위는 러시아의 T-90이다. T-90MS까지 9종의 파생모델이 있으며 2020년대 중반까지 T-90M으로 통일해 업그레이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T-90은 자동장전장치와 AT-11 스나이퍼 B 대전차 유도 미사일 22발이 장착된 최신 2A46M 125mm 활강포가 적용됐다. 수출모델인 T-90MS는 사거리가 더 길어진 40발을 탑재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840마력의 V-84MS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었으나 새로운 엔진은 1000마력의 파워를 발휘하며 시속 70Km의 속도를 제공한다. 저공비행 헬기와도 교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탄약과 같은 방식으로 9M119M Refleks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최대발사 속도는 분당 6~8발, 미사일은 반자동 레이저 방식을 사용하며 4Km 범위에서 80%, 5Km 범위에서 70%의 명중률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탱크바이애슬론 경기에서 보인 실전에선 고정 목표에 대한 정확도는 50% 수준으로 움직이는 목표물에 대해선 그보다 명중률이 더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재 인도를 비롯해 7개 국가에서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격파당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세계 9위는 우크라이나의 Oplot-M이다. 차세대 반응장갑이 장착돼 있으나 원거리 목표물에 대한 타격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일반 탄약과 같은 방식으로 5Km의 대전차 유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강력한 엔진과 열화상 카메라의 장착을 헌터킬러 교전 능력을 제공하며 발전된 추가장갑과 우수한 사격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파키스탄과 태국에서 운용 중이다.
세계 8위는 3세대 탱크의 원조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르클레르 탱크다. 60톤 미만의 비교적 가벼운 현대식 주력전차로 1500마력의 V자형 8기통 디젤엔진이 장착돼 톤당 27마력이 넘는 강력한 출력을 제공한다. 도로에서 시속 71Km 비포장도로에서 시속 50Km의 속도를 발휘한다. 주포는 120mm로 분당 6발 발사가 가능하며 장신으로 발사체 속도가 빨라져 위력이 커졌다고 알려져 있다. 22발의 포탄을 탑재하며 이전 세대 전차인 AMX-30 탱크를 대체하기 위해 80년대 개발을 시작해 1991년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UAE에 2000~2003년 사이에 388대가 수출됐다.
세계 6위는 사막의 철옹성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마크4 탱크다. 영국의 치프텐 전차의 도입을 계획하던 이스라엘은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방해 공작으로 도입이 좌절되자 1970년대부터 독자 개발, 방어력에 중점을 둔 1974년 메르카바 마크1 개발을 완료한다. 이후 이스라엘이 수많은 전투에서 실전경험을 통해 개량해 2003년에는 이스라엘의 전장 실전 상황에 특화된 3.5세대 세계 최강 수준인 메르카바 마크4가 탄생한다. 특징으로는 60mm 박격포를 탑재하고 있으며 탈출구가 포탑 상부 헤치 외에도 본체 후반부에 장착돼 있다. 엔진이 뒤쪽이 아닌 앞쪽에 위치하도록 설계돼 장갑차처럼 보병을 최대 8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실전에서 검증된 트로피 능동보호 시스템을 장착 적 포탄과 로켓으로부터 탑승한 승무원의 보호가 가능하다.
또한 공중발사 유도미사일과 상부공격 대전차 무기로부터 효과적인 보호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트로피 능동보호시스템은 대한민국의 K2 흑표 전자를 포함해 미국의 M1A2 에이브럼스 탱크와 독일 레오파트 전차에도 적용 활용되고 있다.
다음 차기회 '최강의 전차, 미래의 전차(하)'에서 세계 5~1위로 평가되는 탱크에 대해서 이어서 알아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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