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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여군장교 성폭행 무죄' 해군 대령, 대법 파기환송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31 12:16

수정 2022.03.31 12:16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부하 여군 장교를 성폭행하고도 무죄를 선고받은 해군 영관 장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엇갈렸다. 한 명은 피해자 진술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다시 법원 판단을 받게 한 반면, 또 다른 한 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31일 군인 등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해군 A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대령은 지난 2010년 해군 중령로 복무하던 당시 초급 부하 장교인 C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는 2010년 사건이 벌어진 근무지에 배치된 후 직속상관인 함선 포술장 B소령으로부터 10여 차례 강제추행에 이어 성폭행까지 당했다.
그 결과로 원치 않은 임신까지 된 것을 알게 된 피해자는 당시 함장이던 A 대령에게 이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나 A대령은 오히려 이를 빌미로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사건 뒤에도 근무지에서 계속 복무하다 사건 발생 7년 후인 2017년 군 수사기관에 피해를 신고하고 두 사람을 고소했다.

1심은 C씨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해 A대령과 B소령에게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2심은 C씨의 기억에 의존한 진술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결을 뒤집었다. 피해자의 진술은 범행으로부터 약 7년이 지난 후의 기억에 의존한 것으로 기억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고, 군의 상명하복 위계질서가 '위력'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강간 혐의의 구성요건인 '폭력'이나 '협박' 정도의 폭행은 없었다는 취지다.

이 사건은 1, 2심 판단이 유무죄로 엇갈린데다, 3년 넘게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되며 C씨가 국제연합(UN) 인권이사회에 진성서를 전달하는 등 공론화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대법원은 A대령의 경우, 피해자 진술은 사건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을 통해 그 진실성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결론냈다. A대령은 피해자 용인 아래 자연스럽게 신체접촉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은 일반적 통념에 비춰 자연스럽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A대령 행위가 기습적으로 이뤄졌고, 당시 피해자는 초급장교로 지휘관 지시에 절대복종 할 수 밖에 없는 지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형력 행사로 볼 수 있다"며 "특히 피해자는 B소령과의 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무력한 상태에서 지휘관인 A대령에게도 같은 일을 당하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어떠한 저항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면 B소령의 경우,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해군 B소령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은 피해자 진술에 따르더라도 B소령이 피해자가 저항을 못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성폭행 장소인 모텔에 가게 된 경위에 관한 피해자 진술은 객관적 증거나 정황에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한 정황이 있고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B소령 유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을 인정, 상고기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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