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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득 흘러내리는 치즈, 씹을수록 고소한 도우… 입안 가득 느껴지는 피자의 '소울' [먹어주는 얼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9 17:55

수정 2022.06.09 17:55

슬기로운 미식생
파파존스 특유 감성 '미국 맛' 잘살려
온가족 입맛 사로잡은 '존스 페이버릿'
토마토 소스·치즈 풍미 어우러져 일품
신메뉴 '더블 체다치즈 버거피자'
상큼한 토마토·피클 느끼한 맛 잡아줘
한가득 흘러내리는 치즈, 씹을수록 고소한 도우… 입안 가득 느껴지는 피자의 '소울' [먹어주는 얼굴]

"당신의 소울푸드(Soul food)는?"

나의 소울푸드는 너무 많아서 딱 꼬집어 말하기가 힘들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는 탓이다. 우리 삶에서 '먹는 즐거움'을 삭제한다면 얼마나 슬플지 상상해보라. 김치찌개, 불고기, 돈가스, 초밥, 짜장면, 햄버거 등등 이름만 떠올려도 군침이 흐르는 마당에 어느 하나를 외면하거나 홀대할 수 있단 말인가. 피자도 아주 매우 좋아하는, 진정한 소울푸드 가운데 하나다. 고소한 치즈가 쭈~욱 쭉~ 늘어나는 따끈한 피자 한 조각에 맥주 한 모금이면 하루의 피로를 싹 지울 수 있다. 술 마신 다음날 피자로 해장을 한 적도 있다. 믿을진 모르겠지만 의외로 속이 잘 풀린다. '쇠도 씹어 먹는다'는 20대 초에는 혼자 두 판(라지 사이즈 기준)을 가볍게 해치웠는데 이제는 한 판이 한계다.

한가득 흘러내리는 치즈, 씹을수록 고소한 도우… 입안 가득 느껴지는 피자의 '소울' [먹어주는 얼굴]

많은 피자 브랜드 가운데 '파파존스'를 선택했다. 색다른 피자를 즐기고 싶어서다. 매일 출퇴근길에 만나는 이름이라 더 반갑다. 3분간의 치열한(?) 밀당 끝에 아내로부터 이틀의 '피자 치팅데이(cheating day)'를 허가받았다. (아내가 알기로는) 극도로 자제해왔던 피자와의 만남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일주일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은 진정 난 몰랐다. 아침저녁으로 파파존스 매장을 지날 때면 피자를 먹는 상상을 하고, 무슨 피자를 먹을지 메뉴를 검색해보곤 했다. 그리고 치팅데이 첫날 피자로 '존스 페이버릿' '위스콘신 치즈 포테이토(오리지널)' '더블 체다치즈 버거 피자'를 선정했다. "식구 수를 감안하면 다섯 판은 기본"이라고 우겨봤으나 이길 재간이 없다.

존스 페이버릿
존스 페이버릿

파파존스는 패키지에서부터 미국적인 '갬성(감성)'이 훅 치고 들어온다. 첫 번째 영접할 피자는 '존스 페이버릿'이다. '매우 좋아하는'이란 뜻을 가진 '페이버릿(favorite)'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골랐다. 실제로 파파존스에서도 인기 메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단다. 실물을 보니 그 이유를 알 만하다.
소시지와 페퍼로니, 치즈가 듬뿍듬뿍 들어갔으니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겠다.

예상대로 '존스 페이버릿'은 온전히 아이들 몫이다. 비주얼과 냄새에 반했단다. (기사를 써야 한다는 핑계로) 나만 두 조각을 얻었을 뿐 다른 식구들은 모두 빈 손이다. 토마토 소스와 진한 치즈의 풍미가 입 안에서 요동을 친다. 첫 번째 조각을 먹는 데 정확하게 28초가 걸렸다. 맛있는 맛에 취해서 '음미(吟味)'는 뒷전이다. 모차렐라, 파마산, 로마노, 아시아고, 폰티나, 프로볼로네 등 6가지 치즈가 올라갔다는데 전혀 구분이 안된다. 아니, 구분할 틈이 (능력도) 없다.

'이번에는 천천히 즐겨야지'라고 생각했으나 그마저도 허사다. 두 번째 조각은 25초로 더 빨랐다. "하나 더"를 외쳤지만 아이들은 행여나 누가 넘볼세라 '존스 페이버릿'을 들고 방으로 이미 사라진 후다. 1분이 채 안되는 짧은 만남을 요약하자면 '치즈에 진심을 다한 피자' 되시겠다. 참다 못한 아내가 휴대폰을 집어들더니 자연스럽게 '존스 페이버릿' 한 판을 더 주문한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위스콘신 치즈 포테이토 피자
위스콘신 치즈 포테이토 피자

'존스 페이버릿'보다 비주얼이 더 화려한 '위스콘신 치즈 포테이토'로 손과 입을 옮긴다. 맥앤치즈 소스에 치즈, 베이컨, 햄, 페퍼로니, 그리고 두툼한 감자가 어우러져 있다. 짭조름하면서 담백한 맛도 일품이지만 (감자 덕분에) 식감도 훌륭할 정도로 좋다.

인터넷에서 '짜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는데 미국에서 피자 좀 먹어본 내게는 만족스러웠다. 갈릭 소스에 찍어 먹으니 '진실의 미간'이 절로 나온다. 콜라 한 모금을 곁들이니 두 배로 맛있어진다. 시원한 맥주였으면 세 배, 아니 열 배가 됐으리라.

무엇보다 엣지(테두리)가 예술이다. 다른 피자들보다 훨씬 더 바삭하다. 언제나 엣지를 남기는 아내가 깨끗이 먹어 치울 정도면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더블 체다치즈 버거 피자'는 이달에 나온 최신 메뉴라고 한다. "무엇이든 남들보다 빨리"를 선호하는 아내의 선택이다. 치즈향이 가득한 게 너무 좋다. 코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다가 아내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했다. 소스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제스티 버거 소스'라고 네이버가 알려준다.

아내는 몰라도 (햄버거를 애정하는) 내 입맛은 확실히 저격했다. 소고기(비프)와 함께 베이컨, 토마토, 치킨 스트립, 피클, 치즈가 기본으로 토핑돼 있다. 누구든 좋아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치즈가 너무 많아 느끼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상큼한 피클과 토마토가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나는 그럴 리가 없지만) 피자가 느끼해서 싫다는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피자다. 아내가 "이름값은 제대로 하네. 치즈가 많은데 짜지 않아서 마음에 쏙~ 든다"고 꼭 쓰란다.

며칠 후 점심을 대신할 요량으로 회사에서 파파존스 피자를 주문한다. 혼자 '수퍼 파파스' 한 판을 먹을 참이었는데 동료 하나가 끼어드는 바람에 '파파디아즈'를 추가했다. '수퍼 파파스'는 고기와 야채가 잔뜩 토핑된, 어느 피자 가게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모습이다. 수퍼 슈프림이나 콤비네이션 같은 느낌도 살짝 난다. 하지만 기본적인 피자를 맛있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 맛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

파파존스는 그 어려운 걸 해낸다. 한 입만 먹어 보면 "무난하게 맛있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먼저 블랙 올리브, 양송이, 양파, 햄, 페퍼로니, 청피망, 소시지 등 풍성한 토핑이 한가득 입 속으로 밀려든다. 짜지 않고 담백해서 더 맘에 든다. '72시간 저온에서 숙성했다'는 도우의 쫄깃한 식감과 함께 치즈의 두께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피자를 따라온 갈릭 소스는 밋밋한 엣지 부분을 먹을 때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수퍼 파파스
수퍼 파파스

'수퍼 파파스'는 어느 재료 하나가 눈에 확 띄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앙상블을 이룬다. 누구의 입맛이라도 맞출 수 있는, 매력이 넘치는 피자다. '어느 피자를 먹을까' 고르기 힘들 때 선택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파파디아즈'는 피자 샌드위치 같은 느낌이다. 멕시코음식 케사디야를 연상시키는 외모다. 피자를 먹고 싶지만 혼자서 한 판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어울릴 법하다. (양대로 먹을라 치면) 내게는 2인분도 부족할 성싶다.

'이탈리안 파파디아즈'와 '더블 치즈버거 파파디아즈'가 있다. 이탈리안은 고기와 소시지의 궁합이 좋고, 더블 치즈버거는 피클과 고기가 잘 어우러진다. 굳이 둘 중에 하나를 고르자면 이탈리안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파파디아즈'는 부드러운 빵이 아니라 쫀득쫀득한 도우가 내용물을 감싸고 있어 뜯어먹는 재미가 있다. '토핑이 예상 밖으로 적다' 싶었는데 도우가 피자보다 얇아서 전체적으로는 맛이 약하지 않다. 참고로 반드시 갈릭 소스에 찍어 먹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풍미가 한층 이상 올라간다. 이탈리안과 더블 치즈버거를 반반씩 조합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전혀 다른 색깔의 피자 둘을 간혹 포개서 먹곤 하는데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어 좋다.

풀드포크 바베큐 피자
풀드포크 바베큐 피자

퇴근 후 아내가 "피맥(피자+맥주)이나 하자"면서 (내 의사를 무시한 채) '풀드포크 바베큐 피자'를 주문했다. 토마토 소스가 아닌, 맥앤치즈 소스에 토핑된 고기도 색다르다. 검색해보니 풀드포크라고, 돼지고기를 익혀 결대로 찢어서 만든 미국식 바베큐란다. 맛은 괜찮은데 씹는 맛이 줄어 살짝 아쉽다. 옥수수의 존재는 플러스 요인이다. 톡톡 터지는 것이 식감을 한층 올려준다.

무엇보다 아내가 좋아하는 (나는 싫어하는) 할라페뇨가 여기저기 올라가 있다. 아내의 눈이 빛난다.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와 같다.
다행히 할라페뇨가 눈물이 쏙 빠질 만큼 맵지는 않다. 나 같은 '맵찔이'도 참고 먹을 만하다.
다만, 맛보기용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실제로는 할라페뇨를 빼고 두 조각을 더 먹었다). 다음에 이 피자를 일부러 찾을 일은 없을 듯하다. "내게 '존스 페이버릿'을 다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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