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2
저희 가족은 여름휴가를 맞아 전라북도 정읍에 있는 내장산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이날의 날씨는 흐리고 안개가 끼었으며 약간의 비도 왔습니다.
내장산 정산 부근에서 차를 타고 내려오다가 비를 맞으며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로 앉아있는 비글을 목격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듯 보여서 저희 가족은 고민을 하다가 일단 무작정 차에 태우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사람 손길을 피하지 않고 품에 잘 안겨주어 쉽게 태웠습니다.
상태를 보아하니 여아이며 노끈 같은 것으로 목이 묶여 있고 숨을 상당히 가쁘게 쉬고 있었습니다.
이날을 기준으로 다음날에 돌아갈 예정이라서 인근 동물병원에 하루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동물병원에 가는 길에 차에 토를 하였는데 상당히 배가 고팠었는지 내용물이 모두 흙, 풀 그리고 돌이었습니다.
2019. 8. 14
비글 친구가 집으로 처음 온 날입니다. 건강검진을 한 날이기도 하고요.
상태가 건강하다면 바로 보호소에 보낼 예정이었지만 건강검진 결과 심장사상충 2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치료를 하고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집에 이미 같이 살고 있는 푸들 두 마리가 호의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고, 사실 아버지가 수의사이셔서 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아버지 병원에서 돌봐주기로 했습니다.
이 비글 친구는 여름휴가를 갔다가 만났기에 '여름'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2019. 9. 17
여름이는 잘 먹고 잘 자서 그런지 처음 몸무게에 비해서 2kg을 증량했습니다.
허나 보다보니 젖이 커지고 배가 나오며 성질이 외부인에게는 상당히 적대적으로 변하기에 임신이 의심되어 엑스레이를 찍어보았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예상대로 임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름이가 출산을 한 날입니다.
오후 3시경에 양수가 터졌고 첫째 아이(여아)는 오후 4시20분경에, 둘째 아이(여아)는 오후 4시40분경에, 셋째 아이(여아)는 오후5시50분경에, 넷째 아이(여아)는 오후 8시경에
나왔습니다.
넷째 아이는 잘 나오지 않고 여름이가 심장사상충의 영향인지 체력적로 많이 지쳐 있어서 약물을 주입하고 손으로 자극을 계속 주어 힘들게 빼냈습니다.
여름이가 새끼에게 있는 태막과 탯줄을 끊을 줄 모르고 젖을 물릴 줄 모르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견생 첫 출산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무늬를 보아하니 부견이 비글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았습니다.
2019. 11. 22~26
둘째 아이는 대구에서 카페를 하시는 지인에게 입양을 갔고, 셋째 아이는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시는 손님께 입양을 갔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봐온 아이인지라 아무에게 못주겠다는 마음도 들고 그래서 분양 문의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정말 신중하게 보냈습니다.
사실 입양 문의 중에 개장수로 의심이 가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은 너무 수상하게 여름이랑 새끼들 전부를 데려가신다고 하셔서 참 여러모로 많은 고민과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 12. 2
셋째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손님께서 예상과는 달리 너무 힘들어서 키우지 못하시겠다는 겁니다.
짧은 시간에 파양 되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셋째는 일주일 후에 용인시에 거주하는 지인의 지인에게 입양을 갔습니다.
2019. 12. 27
넷째가 저희 집에 들어온 날입니다.
여름이가 임신했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는 다들 관심을 많이 가지고 그랬지만 막상 나온 아이들이 믹스라서 그런지 태어나기 전보다 시들해진 관심에 마음의 상처도 받았습니다.
남은 첫째와 넷째가 3개월 차에 7kg인 것을 보아하니 중형견 크기까지는 자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소형견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고 생각보다 입양 보내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에도 없었지만 넷째를 저희가 키우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베베’라고 지어 주었습니다.
첫째가 입양 갔습니다.
둘째를 입양하신 분이 두 마리가 같이 살면 덜 외로울 것 같다고 하시며 문의를 주셨습니다.
여기서 지냈던 기간이 길었기에 '가을'이라고 이름을 지어서 불렀었는데 그대로 가을이라고 부르며 키우십니다.
2022년인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며 1년에 한 번은 보러 갑니다.
여름이가 입양을 간 날입니다.
여름이는 숙모께서 한참 전부터 데리고 가시기로 하였습니다.
여름이는 지금도 잘 지내고 있고 사회성도 좋아졌습니다.
일년에 한번은 꼭 저희 집에 와서 자고 갑니다.
2020. 4. 10
여름이가 입양간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일이 생겼습니다.
셋째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연락을 한 결과 중성화를 해야겠다고 하셔서 내원을 하라고 했고 셋째와 함께 병원에 왔습니다.
물론 셋째를 데려가신 분이 아닌 데려가신 분의 공장 직원이요.
보아하니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앞발은 찢어져 있고 목걸이는 정말 날카로운 실전용 늑대 방어용 가시 목걸이를 하고 있으며 입질이 상당 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얹어 이름은 ‘조폭’이라는 겁니다.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직원에게 물어본 결과 집에서 키우시겠다는 원래 약속과는 달리 공장 입구에 묶어두고 공장 직원들이 키웠다고 합니다.
음식도 흔히 말하는 음식물 쓰레기인 짬밥을 먹였다고 합니다.
이에 정말 화가 나서 셋째를 입양해갔던 분께 당장 파양하라고 하자 정말 단칼에 알겠다고 하기에 계획에는 없었지만 당분간 병원에서 기르기로 했습니다.
‘조폭’이라고 부를 수는 없어서 이름을 ‘리노’라고 지어 주었습니다.
사람이 먹던 음식을 먹어서 한 달 정도는 사료나 강아지 음식에 관심도 없던 리노가 서서히 바뀌었습니다.
입질이 심해서 교육을 통하여 개선도 하였으며 사회성은 베베가 형제라 그런지 병원에 베베를 자주 데려가다 보니 장난치는 방법도 배우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리노를 키울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파양을 두 번이나 당했고 순탄치 못한 삶도 살아왔고 여기서 입양을 보낸다고 해봤자 리노 입장에서는 세 번째 파양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리노도 가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다행히 집에 있는 푸들 두 마리와도 적응 기간을 지나 지금은 잘 지내고 있고 동생인 베베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장난을 치며 잘 지냅니다. <fiy wo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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