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 발표를 하루 앞둔 20일 "자문위의 주장은 경찰법 정신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김 청장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일일회의에서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는 경찰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다. 치열한 고민과 논증 끝에 현행 경찰법이 탄생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청장이 자문위 권고안을 놓고 예정에 없던 지휘부 회의를 연 건 지난 17일에 이어 이날로 두 번째다. 앞선 회의에서 경찰 지휘부는 행안부의 경찰제도개선 권고안이 최종 발표되기 전까지 경찰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위가 구상한 경찰 통제 방안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경찰 내부에서 조직적 반발이 나오고 있다. 경남, 광주·전남, 인천 등 지역별 경찰직장협의회가 경찰국 설립을 반대하며 공동 성명을 낸 것이다. 내부 여론을 의식한 김 청장은 당초 예정됐던 유럽 출장을 취소했다.
이날 경찰청 인권위원회도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움직임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우려를 표했다.
경찰청 인권위는 "경찰은 유일하게 물리력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력"이라며 "경찰의 권력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주체가 정부 권력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국 신설은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하고 권력에 대한 예속을 강화하게 된다"며 "그것은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은 역사가 실증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문위가 오는 21일 발표할 권고안에는 행안부령인 경찰지휘규칙 제정, 경찰 고위직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이른바 '경찰국'(치안정책관실 공식 직제화) 설치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권고안이 현실화 될 경우 행안부 장관은 경찰 수사 관리와 지휘 권한을 갖게 된다.
자문위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 이후 비대해질 경찰권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청장은 자문위의 경찰 통제 권고안이 공개되면 전국 시도경찰청장들이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열고 경찰청 차원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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