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대중 정부 시절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 최규선 전 유아이에너지 대표가 '집사변호사' 관련 혐의에 대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위계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대표의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 전 대표는 지난 2008년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 거래에 대한 공동 사업권을 명목으로 A사로부터 55억원 상당의 외화를 빌린 뒤 유아이에너지 주식을 담보로 주겠다고 속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미결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2016년 6명의 '집사변호사'를 고용해 총 47회에 걸쳐 변호인 접견을 가장해 개인적인 업무와 심부름을 하게 하고 소송 서류 외의 문서를 수수하게 해 서울구치소의 변호인 접견업무 담당 교도관의 변호인 접견 관리 등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혐의 별로 2개 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유전사기 혐의의 경우 징역 5년이,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이후 병합되어 열린 2심에서는 특경법상 사기·자본시장법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유죄로, 근로기준법위반 등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로 보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문제가 된 최 전 대표의 '집사 변호사' 고용 혐의에 대해서는 변호인과의 접견권 한계를 넘는 것으로,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2심은 "최 전 대표 행위는 변호인 접견 업무와 서신 수수 등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교도관들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교도관들이 충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더라도 통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는 사실상 적발이 어려운 위계를 사용해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인정된다"고 봤다.
그런데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른바 '집사변호사' 고용에 따른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미결 수용자의 변호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호 활동을 하는지, 접견에서 미결수용자와 어떤 내용의 서류를 주고받는지는 교도관의 감시·감독의 대상이 아닌 만큼, 최 전 대표 행위가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이 방해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최 전 대표가 접견변호사들에게 지시한 접견이 변호인에 의한 변호 활동이라는 외관 만을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형사사건의 방어권 행사가 아닌 다른 주된 목적이나 의도를 위한 행위로 권한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경우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그 행위가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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