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 강씨 "알바가 나보다 더 벌 때도 있더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자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겨우 버텼는데, 물가가 오르고 임금 부담까지 늘리면 어떻게 장사를 하냐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줄이거나 비용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3일 찾은 서울 중구 한 중국집에서는 사장인 김모씨(68)가 홀로 서빙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일상회복으로 다시 손님이 늘었으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상승한 재료비와 전기세가 이미 영업에 부담인데 인건비까지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음식점, 카페, 편의점 업주들도 김씨와 상황이 비슷했다.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에 난색을 보였다. 인건비를 아끼려 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늘리다 보니 육체적 어려움이 크다고도 항변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모씨(56)는 "아르바이트를 최대한 안 쓰려고 하다 보니 혼자 하루에 12시간씩 일한다"며 "예전엔 아르바이트생이 나보다 많은 수입을 가져갈 때도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50대)는 "직원 1명과 아내가 번갈아 가면서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며 "내년에 임금 오르고 운영 문제가 된다면 아르바이트 근무를 줄이고 그만큼 내가 나와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 상승 부담이 커지자 가격을 올리겠다는 자영업자들도 많았다.
종로구에서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40대 이은경씨는 "직원을 더 뽑을 수 없는 상황이고 (상승한) 최저임금만큼 내년 월급에 반영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물가가 너무 올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저렴한 시장에서 재료를 사고 있다. 인건비도 오를 것에 대비해 음식값 인상을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송파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오모씨(29)는 "물가가 올라 재료비 감당이 힘든데 인건비까지 오르면 장사 접을 점주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상승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와 시위를 열고 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회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이 고사상태에 있었다"며 "여기서 최저임금을 더 올리면 어쩌란 말이냐"고 분노했다.
■의류매장 알바 한씨 "물가 치솟는데 아직도 1만원을 못 벌어"
최저임금이 소폭 올랐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은 생계를 위해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이 안된다는데 불만이 많았다. 임금은 더 받고 싶지만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점주들이 비용 부담을 느껴 비대면 주문 단말기(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일자리를 줄여나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식당, 편의점 등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들은 임금이 더 올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성동구 의류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한모씨(27)는 "건강 문제로 회사를 그만뒀지만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치솟는 물가를 생각하면 지금 오른 최저임금도 부족하다"면서 "택시 안 타고 도시락 싸다니는 등 최대한 의식주에서 아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용산구 음식점 직원 김모씨(45)도 "식당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다시 손님이 많아졌고 어디를 가나 가격이 인상됐다"면서 "물가가 올랐으니 우리가 받는 돈도 늘어나야 하는데 아직 시급이 1만원도 안되니 너무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 전인 지난달 28일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발표한 '2023년 희망 최저임금' 조사를 보면 '인상되길 바란다'는 아르바이트생 비율이 82.8%로 압도적이었다. 인상을 바라는 이유도 '물가 상승률'이라는 응답이 68.2%에 달했다.
다만 현장에서 과거와 달라진 기류도 있었다. 인건비가 올랐으니 업주들이 자리를 없애거나, 일감을 더줄 수도 있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단순 인상률보다 근무 여건 개선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영등포구 의류매장 직원 이현성씨(25)는 "시급(최저임금)이 오르면 직원을 줄이는 매장도 있고, 그러면 직원들 분위기도 안좋고 갈등도 많아진다"면서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차라리 직원을 더 뽑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용산구 개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신모씨(27)는 "급여가 오르면 좋지만 주변 식당들이 키오스크를 늘리는 방법으로 사람 줄여가는걸 봤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도 있다"면서 "근무 여건을 개선하거나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을 걱정하며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말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있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주원규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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